희귀질환 고백, 가수 이홍기 “나 같은 이들 용기 얻길”

이홍기

가수 이홍기(33·사진)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름은 ‘홍기종기’이다. 중학생 때부터 엉덩이 종기(피부에 균이 들어가 생기는 염증)로 고통받은 사실에 착안해 지었다. 이 씨는 한국노바티스(대표 유병재)가 지난 18일 공개한 캠페인 영상에서 희귀질환인 ‘화농성 한선염’ 때문이라는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캠페인 영상 촬영이 진행된 지난달 7일, 서울 광진구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한시라도 빨리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며 캠페인 참여를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화농성 한선염은 주로 엉덩이·사타구니·겨드랑이 같이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통증을 동반한 염증성 결절, 악취가 나는 농양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호르몬 불균형, 면역체계 이상,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치할수록 통증이 악화하고 영구적인 흉터를 남겨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국내 환자 수가 1만222명(지난해 기준)에 불과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을 잘 모르는 이들은 ‘좀 심한 여드름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씨는 “(종기가 생기면)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미치도록 아프다”고 고통을 표현했다. 그는 “대략 6개월 주기로 자고 일어나면 갑자기 엉덩이 쪽이 붓기 시작했다”며 “종기가 커지면 고열 상태가 되고, 잘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파서 엎드려 누워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안 씻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편견도 그를 심리적으로 움츠러들게 했다. 이 씨는 “통증이 있어도 그냥 ‘허리가 안 좋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대중목욕탕도 오랫동안 못 갔다”고 했다. 특히 “콘서트 등 스케줄을 갑작스레 취소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매번 양해를 구하는 게 힘들어 결국 종기로 인한 고통을 털어놓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올해가 돼서야 정확한 진단을 받았다. 15살 무렵 처음 종기가 난지 18년여 만이다. “그동안 안 가본 병원이 없지만, 종기나 고름이라는 설명에 그쳤다. 어떤 곳에서는 ‘엉덩이 각질을 제거해보라’는 처방을 들었고, 피지선이 많다는 말에 밤마다 베이비파우더를 바르고 자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제 질환을 더 잘 알게 됐고, 치료와 예방을 할 수 있게 돼 기뻤다”며 “저와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다면 꼭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