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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처럼 시원한 이상현의 블로킹, 우리카드에 승리 안겼다

중앙일보

입력

청계천을 등에 새긴 우리카드 미들블로커 이상현. 사진 한국배구연맹

청계천을 등에 새긴 우리카드 미들블로커 이상현. 사진 한국배구연맹

서울 도심을 통과하는 청계천처럼 시원한 블로킹이었다. 우리카드 미들블로커 이상현이 결정적인 순간 팀에 승리를 안겼다.

우리카드는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19-25, 25-18, 25-22, 23-25, 15-13)로 이겼다.

두 팀은 경기 내내 치열하게 싸웠다. 결국 4세트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5세트에 돌입했다. 우리카드가 5세트 테크니컬 작전타임(8-7)에 먼저 도달했지만, 현대캐피탈도 13-13을 만들며 균형을 맞췄다.

결정적인 순간 현대캐피탈은 매치포인트를 만들 기회를 잡았다. 우리카드 마테이 콕의 퀵오픈을 차영석이 유효블록으로 만들었고, 아흐메드 이크바이리가 강력한 스파이크를 때렸다. 하지만 이상현이 정확하게 손을 밀어넣어 가로막았다. 14-13. 이후 마테이 콕의 공격이 터져 경기를 끝냈다.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아흐메드의 공격을 가로막는 우리카드 미들블로커 이상현. 사진 한국배구연맹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아흐메드의 공격을 가로막는 우리카드 미들블로커 이상현. 사진 한국배구연맹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몸을)따라가지 않고, 코스를 향해 오로지 손을 집어넣기만 하면 잡는 건데…"라면서도 "마지막에 잘 손을 넣었다"고 웃었다. 이상현은 "이크바이리가 때리는 걸 봤을 때 (직선과 대각)사이를 막는 블로킹을 많이 하다 대각선 쪽으로 많이 내줬다"며 "13-13에서 이크바이리에게 간다면 왼손은 사이를 막고, 오른손은 대각을 막겠다는 생각을 했다. 뜨는 순간엔 잘 몰랐는데, 계속 생각을 하다보니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상현은 "1세트 때부터 공이 안 보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블로킹 길이 잘 보였다. 다만 손이 네트를 많이 넘어가지 못해서 안고 떨어지는 게 많았다. 2세트 이후부터는 손에 걸리기 시작했다. 사실 크로스를 잡고 싶은데었는데 잘 안 됐다. 마지막에 감독님이 원한 블로킹을 해 좋다"고 미소지었다.

이날 이상현은 블로킹 6개를 잡으며 10득점했다. 올 시즌 선발출전이 많진 않지만, 두자릿수 득점을 7번이나 올릴 정도로 블로킹과 속공 모두 자신이 있다. 승부처였던 3세트에서도 8-8에서 두 개 연속 블로킹을 잡아냈다. 특히 9-8에선 최민호의 속공을 단독으로 막았다. 이상현은 "맨투맨 블로킹을 뜨려고 하진 않았는데, (현대캐피탈 세터)김명관 형 폼을 보고 속공을 때리는 길에 손을 넣었다"고 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오른쪽)과 하이파이브하는 미들블로커 이상현. 사진 한국배구연맹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오른쪽)과 하이파이브하는 미들블로커 이상현. 사진 한국배구연맹

우리카드는 올 시즌 미들블로커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박진우, 김재휘, 오타케 잇세이, 박준혁, 이상현이 골고루 나서고 있다. 이상현은 "지난 시즌 시합을 다 뛰면서 자신감이 올라왔다. 그런데 올 시즌은 처음부터 못 뛰어서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잘 하는 형들이 많아서 '내가 뛸 수 있을까'란 생각도 했다. 국가대표팀에 간 사이에 준혁이 형도 많이 발전했더라"며 "살아남기 위해 '감독님이 시키는대로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영상을 많이 봤다"고 했다. 또 "재휘 형도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고, 진우 형도 아픈데가 있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계속 열심히 하려고 한다.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센터로 경쟁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카드 미들블로커 이상현. 사진 한국배구연맹

우리카드 미들블로커 이상현. 사진 한국배구연맹

우리카드는 이날 연고지 서울의 명소들을 등에 달고 경기했다. 이상현은 '청계천'을 등에 새겼다. 이상현은 "사실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놀러갔다가 발을 딛었는데 미끄러졌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구해주신 기억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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