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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러 간다"…어린 3남매 길에 버린 친부 '무죄'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담배 피우러 간다"며 어린 세 자녀를 길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부가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3부(김성흠 부장판사)는 20일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친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아이들을 길에 버린 행위는 아내이자 아이들의 친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44)는 슬하에 초등학생과 중학생 삼 남매를 두고 있다. 그는 2021년 4월 전남 여수시에서 광주 서구로 이동해, 한 편의점 앞에 10대 아들 2명과 10대 미만 딸 1명을 차에서 내려줬다. 그는 아이들에게 "담배 피우러 간다"는 말만 남기고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A씨가 갑자기 가버리자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낀 아이들은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A씨는 "근처에 있을 테니, 경찰서(지구대)로 가서 엄마에게 연락하라"고 말했다. 삼 남매의 친모는 7개월 전 가출한 상태였다.

A씨는 집을 나간 아내와 연락이 닿지 않자, 아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에 아이들을 데려와 경찰에 "엄마를 찾아달라"고 신고하도록 유도했다. 아이들도 여수에서 광주로 향하는 차 안에서 A씨로부터 "엄마를 만나기 위해 광주로 간다"는 말을 들었다.

삼 남매는 A씨가 시키는 대로 주변 지구대로 찾아가 엄마를 찾아달라고 했으나, 친모는 아이들을 찾으러 나타나지 않았다.

친모가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A씨는 곧장 지구대로 찾아와 삼 남매를 다시 데려갔다.

이를 두고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매우 부적절했더라도 피고인에게 피해 아동들을 유기하거나 방임할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기존 혐의에 아동학대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항소했다. 하지만 이날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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