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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흉기난동' 예고 글 중국인, 협박 혐의 무죄 받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혜화역 흉기난동 살인예고 피의자 왕모(31)씨가 지난 8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혜화역 흉기난동 살인예고 피의자 왕모(31)씨가 지난 8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 혜화역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지워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남성이 1심에서 협박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20일 협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국 국적 왕모(31)씨에게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협박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왕씨는 지난 8월 4일 새벽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 당근마켓에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할 테니 이 글을 본 사람은 피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8초 만에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왕씨는 8초 만에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혜화역 인근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다들 조심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왕씨가 당근마켓에 올린 글의 캡처본이 퍼졌다.

경찰에 체포된 왕씨에게서 실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아 살인 예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근마켓에 글을 올린 지 8초 만에 삭제한 것은 협박의 고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왕씨가 직접 쓴) 당근마켓 글이 아니라 (그걸 본 사람들이 퍼나른)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보고 공포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다”면서 “에브리타임 게시글에 왕씨 글 캡처 사진이 첨부됐다는 사정만으로 그가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작성했다는 것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왕씨의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왕씨는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했다가 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2년 전부터 불법체류 신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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