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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현충원을 '핫플'로…박민식 "한국판 알링턴으로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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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국립서울현충원을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같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올해 내 국방부로부터 서울현충원의 운영 주체를 넘겨받는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이 같은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방침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0일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보훈정책 관련 백브리핑에서 국립서울현충원 재창조 구상안과 상이등급 판정 기준 개선안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0일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보훈정책 관련 백브리핑에서 국립서울현충원 재창조 구상안과 상이등급 판정 기준 개선안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박 장관은 20일 '국립서울현충원 재창조 구상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해 현충일 하루만 반짝 가는 장소로 인식돼있는 서울현충원에 대해 아쉬움이 컸다"며 "많은 사람들이 산책도 하고 담소도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서울현충원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현충원이 폐쇄적 엄숙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서울현충원을 호국의 성지는 물론 '핫플레이스'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박 장관이 롤 모델로 삼은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의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남북 전쟁, 제1·2차 세계대전, 6·25전쟁, 베트남 전쟁, 걸프전 등에서 전사한 22만 5000명 이상의 미국 참전 용사들이 영면해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찾아 참배하는 곳이다. 우리에겐 전·현직 대통령이 방미 일정 중에 참배하는 '무명용사의 묘'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현지시간) 위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전시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강정현 기자

지난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현지시간) 위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전시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강정현 기자

특히 알링턴 묘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알링턴 하우스(Arlington House)'에는 19세기 당시의 화려한 생활양식이 재현된 전시시설이 있고, 여름에는 30분, 겨울에는 1시간마다 열리는 위병 교대식도 관광객들 사이에선 볼거리로 꼽힌다. 내부를 순환하는 투어모빌(Tourmobile)도 운영하고 있어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문화 공간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보훈부는 지난 6월부터 건축ㆍ조경ㆍ도시계획ㆍ생태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재창조 자문위원회'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 구상안을 작성했다. 이날 공개한 구상안을 보면 '세계 최고의 추모 공간을 조성한다'는 목표로 대규모 수경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이 우선 담겼다. 미국의 링컨 메모리얼 리플렉팅 풀 못지않은 추모 공간으로 서울현충원을 꾸리겠다는 의미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와 같이 안장자를 24시간 수호하는 군 경비체계를 도입방안도 제시됐다. 박 장관은 "나라 지킨 분들에 대한 확실한 예우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현충원 재창조 구상안. 국가보훈부

서울현충원 재창조 구상안. 국가보훈부

보훈부가 두 번째로 내건 과제는 '국민을 위한 문화·치유(힐링) 공간 활용' 방안이다. 현충원 내부에 체험 공간·원형극장 등을 조성해 맞춤형 체험교육과 문화행사 등을 상시 개최하고 숲길과 수목정원·카페 등 편의시설도 설치한다. 박 장관은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 영국 국립추모수목원(National Memorial Arboretum)의 사례에서 보듯 추모시설도 수목원과 갤러리, 공연장, 카페테리아 등이 들어선 복합문화 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는 '인프라 개선을 통한 접근성 향상' 방안이 소개됐다. 현충원 주변 대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엔 녹지 보행로를 조성해 한강시민공원과 현충원을 도보권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엔 동작역 출구를 현충원과 직접 연결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보훈부는 내년부터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해 국내·외 선진 사례 등을 반영한 기본구상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용으로 2800억~3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훈부는 추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가보훈위원회를 열고 서울현충원의 운영권을 보훈부가 이어받는 내용의 안건을 심의·확정한 바 있다. 해당 정부안은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서울현충원 재창조 구상안. 국가보훈부

서울현충원 재창조 구상안. 국가보훈부

박 장관은 "약 70년 만에 서울현충원이 국방부로부터 이관되면 전국 12곳의 모든 국립묘지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다"며 "서울현충원을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영웅들을 추모하는 품격 높은 국립묘지, 외국인도 방문하고 싶은 문화·휴식·치유의 상징 공간으로 꾸려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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