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이 20일 임원 252명을 승진시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를 냈다. 신규 선임 임원의 38%를 40대로 채우고 외부 인재 수혈을 이어가는 등 ‘성과주의’와 ‘세대교체’ 기조는 더 뚜렷해졌다.
‘순혈주의’ 깬 용인술…키워드는 ‘성과주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이후 강조된 순혈주의 타파 기조는 이번에도 유지됐다. 안전·품질 분야 전문가인 브라이언 라토프(59) 부사장은 글로벌 최고 안전 및 품질책임자(GCSQO‧사장)로 승진 임명됐다. GM에서 27년간 근무한 후 지난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한 그는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은 GM의 내부 안전 체계를 재편했다. 앞으로 현대차의 품질 관리 정책을 총괄하면서 브랜드 신뢰도를 관리한다.
부사장급 이상 임원 중 유일한 여성인 김혜인(49) HR본부장(부사장)도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BAT그룹에서 최고인사책임자(CHRO)이자 경영 이사회 멤버를 역임한 인사 전문가다. 현대차 관계자는 “175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다국적 임직원이 근무하는 BAT에서 인사‧문화‧다양성을 총괄했던 김 부사장의 영입으로 현대차의 포용적 조직 문화를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역량을 키워왔다. 네이버 출신 송창현 TaaS본부장(사장)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AAM본부장(사장) 등이 상징적인 존재다. 또 피터 슈라이어 전 사장‧루크 동커볼케 사장‧알버트 비어만 사장 등 외국인 임원을 대거 영입해 경직돼 있던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바꿨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동석(59)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겸 안전보건최고책임자(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1987년 노조 창립 이후 사상 첫 5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마무리한 공을 인정받았다.
또 공석인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에는 김윤구(58) 현대차 감사실장 부사장이, 현대차증권 대표이사에는 배형근(58) 현대모비스 재경부문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 경영관리부문 대표인 전병구(58)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확 젊어진 ‘현대차’ 40대 새 임원 38%
이날 인사로 현대차 97명, 기아 38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252명이 승진했다. 특히 이번 인사의 방점은 ‘젊은 인재 발탁’에 찍혔다. 전체 승진 임원 가운데 신규 선임된 197명 중 38%가 40대다. 미래 준비를 위한 세대교체에 초점을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규 임원 중 40대 비중은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 21%에서 2021년 30%를 돌파한 뒤 지난해 35%에 이어 올해는 4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승진 임원 중 30%는 연구·개발(R&D), 신사업, 제조 등 기술 관련 분야에서 발탁해 기술 인재 중용의 기조도 유지했다. 미래 CEO 역할을 맡을 후보군인 부사장·전무 승진자는 총 48명으로, 중량감 있는 핵심 리더 확보에 중점을 둔 최근 인사 흐름을 이어갔다는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올해 인사는 현대차·기아 합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27조 원(현대차 15조원·기아 12조원)을 바라보는 등 역대 최고 실적 달성이 확실시 되는 만큼 ‘통 큰 승진’이 이뤄진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는 국적·연령·성별을 불문하고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우수 인재들을 대상으로, 역대 최대 성과에 걸맞은 보상과 격려 차원에서 단행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