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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순자산 5억…처음으로 청년층의 2배 넘었다 [빚에 짓눌린 청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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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평균 순자산액이 처음으로 2030의 2배를 넘었다. 빚내서 ‘내집 마련’에 반짝 성공한 청년층이 고금리 기조를 버티지 못하고 집을 팔아치운 영향으로 분석된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자산은 꾸준히 증가해 청년층과의 간극을 벌리는 추세다.

18일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올해 60세 이상(고령층)의 전 가구 평균 순자산액은 4억8630만원으로 39세 이하(청년층)의 순자산액(2억3678만원)의 2.1배를 기록했다. 순자산액은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이다. 해당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2년만 해도 고령층의 순자산액은 2억7640만원으로 청년층(1억6570만원)의 1.7배 수준이었다. 통상적으로 경제활동을 오래 한 고령층이 청년층보다 자산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지만 간극이 2배 이상 뛴 건 올해가 처음이다.

청년들의 이른바 빚투ㆍ영끌과 고금리 추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020년 전후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내기 시작하면서 2018년 7313만원이었던 청년층 부채액은 2022년 1억193만원으로 약 39% 증가했다. 특히 20대 이하 가구의 부채 보유액은 2018년 2591만원 수준에서 2021년 5014만원으로 두 배(94%) 가까이 급증했다. 고령층의 증가율(12%)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하지만 고금리 기조를 맞으면서 위기가 닥쳤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빚을 많이 진 상태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자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고 자산을 팔아치우면서 순자산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실제 39세 이하 청년층의 거주주택 보유가구 비율은 2021년 38.3%에서 2022년 34.1%→2023년 31.7%로 감소했다. 박 과장은 “높은 금리가 부담돼 집을 팔고 전ㆍ월세로 옮긴 청년층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빚의 규모가 작다. 또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청년층에 비해 낮아 타격이 적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고령층의 거주주택 보유가구 비율은 68.7→68.8→68.8%로 일정하게 유지됐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경제적 여유가 있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ㆍ만 60~68세) 세대가 고령층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경제 성장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세대다.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일자리를 잡았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때 집을 샀다. IMF 위기 때도 대체로 자리를 잘 잡고 있어 큰 타격을 입지 않은 세대”라며 “인구 구조상으로 봤을 때 격차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노소(老少)간의 자산 격차 심화가 전체적인 경제 활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력과 생산력이 강한 젊은 층의 자산이 줄어들 경우 경제 활동이 둔화한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청년부채 증가의 원인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고 자산이 부족한 청년의 경우 금리 상승ㆍ경기 둔화 등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늘 때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한계상황에 직면한 청년층 차주에게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넓혀 단기 상환 부담을 경감할 것과 ▶청년층 차주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부채를 보유할 수 있도록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도모할 것을 주장했다.

반면 고령층은 소비지출 성향이 낮다. 부(富)가 고령층에 머무는 ‘자산 잠김’ 현상이 심화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투자 및 자금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20년 묵은 상속ㆍ증여 세제를 개편해 세대 간 자산 이전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보다 일찍이 고령화를 겪은 일본에선 생전 증여 제도 확대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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