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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 맞고도 열 39도"…A형 독감 2주뒤, B형 독감 또 덮쳤다

중앙일보

입력

39세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38도 고열이 나고 기침이 심해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가 B형 독감을 확진받았다. 김씨는 “얼마 전 가족들이 줄줄이 A형 독감에 감염됐을 때 무사히 지나갔는데 결국 B형 독감에 걸렸다”라고 말했다.

A형 독감 환자가 5년 만에 최고로 치솟는 등 유행이 극심한 가운데 봄철에 주로 유행하는 B형 독감도 이례적으로 원래 철보다 빨리 돌고 있다. 한 개원의는 19일 “A형 독감이 한참 돌았는데 요즘에는 A형과 B형이 혼합해서 나온다. A형 독감에 걸리고 다시 B형 독감에 걸리는 환자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박모씨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10월 말에 A형 독감에 확진됐다가 최근 다시 B형 독감에 걸렸다. 박씨는 “아들이 A형 독감 걸렸을 때는 페라미플루(독감 치료제)를 맞고 다음 날 바로 좋아졌다”라며 “B형 독감에 걸려 이번에도 수액을 맞았는데 열이 37.7도로 떨어졌다가 다시 38.5도, 39도로 오른다. B형 독감이 A형 독감보다 가볍다고 그러던데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인터넷에는 2주 간격으로 A·B형 독감을 차례로 앓았다는 후기도 있다.

19일 서울의 한 소아과가 진료 대기를 앞둔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19일 서울의 한 소아과가 진료 대기를 앞둔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독감은 원인균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따라 A, B, C 타입으로 나뉜다. 통상 A형 독감이 12월에 먼저 돌고 B형 독감은 3~4월 봄철 유행한다. 최근 유행세는 A형 독감이 주도하지만, B형 독감도 동시에 유행하면서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2월 2주차(12월 3~9일) 호흡기 유증상자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인플루엔자 검출률은 42.2%였다. 이 중 A형(H1N1, H3N2) 독감이 35.2%로 다수 차지하지만 B형 독감도 7%로 집계됐다. 인플루엔자 유행이 없던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그 직전인 2019년 동기간(4.2%)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이영석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여러 감염병이 혼재돼 나오고 있다”라며 “메인은 A형이지만, 중간중간 B형이 나오고 있다”라고 했다. A·B형 독감에 모두 확진되는 것 관련해 이영석 교수는 “인플루엔자에 한번 걸렸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 형태가 바뀌면 또 걸릴 가능성이 있다”라며 “인플루엔자에 걸렸다는 건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라 다시 걸릴 확률이 있다”라고 했다.

19일 서울의 한 소아과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19일 서울의 한 소아과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봄까지 독감 유행이 지속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석 교수는 “지금까지 3년간 내리 인플루엔자 감염이 없다 보니 자연 항체가 떨어져 있어 중증도가 더 올라간 측면이 있다”라며 “독감으로 자칫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생기면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를 달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이거나 당뇨 등 동반 질환을 갖고 있다면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라며 “다행히 치료할 약이 있고 내성에 대해 보고된 바가 없으니 증상 발생 후 48시간 이내에 약을 먹거나 주사 맞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입원 환자의 3분의1이 독감 환자”라며 “고령층이라면 독감 백신을 맞았다고 무시하지 말고, 증상이 있다면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후에도 증상이 남아 있다면 폐렴 합병증일 수 있으니 반드시 진료를 보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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