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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지검, 아베파 압수수색…여당 최대파벌 ‘정치자금’ 수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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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9일 도쿄지검 특수부 관계자들이 자민당 아베파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19일 도쿄지검 특수부 관계자들이 자민당 아베파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19일 오전 10시,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10여 명이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한 건물로 줄지어 들어갔다. 이들은 일본 자민당 ‘아베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도쿄지검 특수부 검사와 수사관들이다. 같은 시간, 인근 자민당 ‘니카이파’ 사무실에도 검찰의 강제 조사가 시작됐다.

소속 의원 수가 99명인 자민당의 최대 파벌 아베파는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이른바 ‘파티’의 참석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입의 일부를 장부에 적지 않고 비자금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할당량 이상의 파티권을 판매한 의원들에게 초과분의 돈을 돌려주면서 이를 계파 정치자금 수지보고서나 개별 의원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베파 의원들이 비자금화한 돈은 2018∼2022년 5년간 총 5억 엔(약 46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당내 다섯 번째 규모의 파벌(40명)인 니카이파 역시 파벌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수입을 줄여서 기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베파처럼 파티권 초과분 판매 대금을 보고서에 수입으로 적지 않고 의원들에게 돌려줬는데, 그 금액이 최근 5년간 1억 엔(약 9억1000만원) 이상이다. 다만 아베파가 이 돈을 계파의 장부나 의원 수입 항목 모두에 기재하지 않은 반면, 니카이파는 파벌 측 지출과 의원 측 수입으로 기재하는 등의 기록을 남겼다.

아사히신문은 그동안 파벌 회계책임자 등을 불러 조사해 왔던 도쿄지검 특수부는 실태 규명을 위해 파벌 사무소에 대해서도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찰은 아베파와 니카이파 회계 담당자와 의원들의 입건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아베파는 이날 압수수색 직전 “국민들에게 많은 폐와 걱정을 끼치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손상하게 돼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수사에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니카이파를 이끄는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도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당국의 요청에 진지하게 협력해 사안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압수수색 전 열린 자민당 간부회의에서 “당으로서 강한 위기감을 갖고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정치자금규정법 개정 등을 선택지로 두고 정치개혁을 추진해 가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연일 날을 세우며 자민당과 총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이즈미 겐타 대표는 이날 “비자금의 온상이 된 자민당은 지금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당 총재로서 기시다 총리의 책임은 중대하다”고 비판했다.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도 “정치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대 사태”라며 “야당이 주도해 비자금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에 대한 민심은 싸늘하다. 19일 발표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3%로, 내각 출범 후 최저를 기록했다. 자민당 지지율도 23%로 나타나 2012년 12월 자민당 재집권 이후 가장 낮았다. 앞서 발표된 마이니치신문과 지지통신 여론조사에서는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각각 16%, 17.1%로 조사돼 처음으로 10%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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