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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직전 ‘집행정지’…서울학생인권조례 또다시 갈등 증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1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1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폐지 수순을 밟던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법원의 집행정지라는 변수에 직면했다. 서울시의회가 오는 22일 본회의에서 폐지안을 통과시키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아직 ‘우회 상정’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시·도교육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폐지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폐지 앞둔 학생인권조례, 법원 ‘집행정지’

지난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지난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당초 서울시의회는 19일 오전 교육위원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상정해 의결하고 본회의에 넘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루 전날인 18일, 서울행정법원이 폐지안의 수리·발의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이날 상정 자체가 무산됐다. 앞서 1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26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공동위)’가 폐지안에 위법성이 있다며 요청한 집행정지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앞서 공동위가 제기한 조례 폐지안 무효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폐지안에 관한 입법 절차가 정지됐다.

하지만 폐지안을 둘러싼 모든 절차가 아예 중단된 것은 아니다. 법원의 집행정지는 지난 3월 주민발의로 청구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한정된다. 만약 의원이 새로운 폐지안을 발의할 경우 폐지 절차는 다시 진행될 수 있다. 지난 15일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충남도의회에서도 주민 발의안은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후 의원이 발의한 폐지안이 통과된 바 있다. 앞으로 서울도 이와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회 상정’ 가능성도… 여야 모두 “대응책 마련”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촉구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7일 오전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7.27   yato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촉구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7일 오전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7.27 yato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절차상 올해 안에 폐지안 통과가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의사 진행 절차에 대한 여야 합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22일 전까지 상임위를 다시 열어 의원 발의안을 심사해 의결하면 된다”며 “긴급한 경우에 본회의 당일 오전까지 상임위를 열어 안건을 본회의에 넘겨 통과시킨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혜영 시의원(국민의힘)은 “집행정지 때문에 주민발의 폐지안 처리는 일단 불발이 됐지만 오늘 상임위를 마친 뒤 의원들과 함께 현명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마지막 회기의 본회의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고 야당의 반발 때문에 폐지안이 실제로 올해 안에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승미 시의회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애초 여당과 합의한 건 주민발의 청구에 한정된 것이었다”며 “의원 발의안 등 변칙 통과를 시도하려면 당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9개 시도교육감 “시대착오적 폐지 중단하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중·고등학교 앞에서 "학생인권 조례는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드는 우산"이라며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중·고등학교 앞에서 "학생인권 조례는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드는 우산"이라며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의 결정으로 시간을 벌게 된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9개 시·도교육청 교육감(경남·광주·서울·세종·울산·인천·전북·제주·충남)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학생 인권의 후퇴이자 민주주의의 퇴보”라며 “서울시의회는 시대착오적이며 차별적인 조례 폐지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폐지안이 통과돼도 재의 요구와 무효확인 소송, 집행정지 등의 절차를 거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시의회 상임위에선 학생인권조례의 대체 조례안 성격을 지닌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가 통과됐다. 기존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된 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 등의 내용이 제외된 해당 조례에 대해 조 교육감은 “교육활동에 필요한 권한과 생활지도 방법, 학습권 등에 관한 것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와 상호 보완적 관점에서 병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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