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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돈 보내래""제가 경찰이예요"…ATM 앞 황당 실랑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금 경찰이랑 통화하는겨"
"어르신, 제가 경찰이라니까요"

충북 진천의 한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서 두 남자가 실랑이를 벌였다. 통화 중인 한 노인이 '경찰'이라는 상대에게 거액의 돈을 보내려 하자, 옆에 있던 남성이 자신이 '경찰'이라며 이를 막은 것이다. 실제 노인과 통화 중인 상대는 보이스피싱범이었고, 송금을 막은 이는 교대 근무를 마치고 개인 용무를 보기 위해 ATM을 찾은 진짜 경찰관이었다. 경찰의 직감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것이다.

지난 8월 1일 오전 충북 진천의 한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서 충북 진천경찰서 초평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진해성 경위가 보이스피싱임을 감지해 알린 모습. 사진 경찰청 유튜브

지난 8월 1일 오전 충북 진천의 한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서 충북 진천경찰서 초평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진해성 경위가 보이스피싱임을 감지해 알린 모습. 사진 경찰청 유튜브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충북 진천경찰서 초평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진해성 경위가 바로 이 사연의 주인공이다. 지난 8월 1일 오전 10시 교대 근무를 마치고 ATM을 찾은 진 경위는 한 노인이 기계 앞에서 통화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은행 폐쇄회로(CC)TV에서 핸드폰을 들고 있는 노인은 자신의 통장을 펼치곤 송금을 시도했다. 이를 발견한 진 경위는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곤 보이스피싱임을 감지하고 노인에게 "위험한 통화 같다"며 경고했다. 하지만 이 노인은 자기와 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경찰이라며 돈을 보내야 한다고 반박했다.

노인은 귓속말로 "내 통장이 범죄에 연루됐다고 내 돈을 보내주면 지켜준다더라"고 말했고, 범죄임을 확신한 진 경위는 노인을 막으려 통장까지 뺏었지만, 노인은 진 경위의 말을 듣지 않았다. 되레 노인은 돈을 찾기 위해 은행 창구로 들어갔다.

보이스피싱이라는 진해성 경위의 경고에도 노인이 송금하려 하자 이를 제지하는 모습. 사진 경찰청 유튜브

보이스피싱이라는 진해성 경위의 경고에도 노인이 송금하려 하자 이를 제지하는 모습. 사진 경찰청 유튜브

노인의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은행 창구 직원에게 알리는 진해성 경위. 사진 경찰청 유튜브

노인의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은행 창구 직원에게 알리는 진해성 경위. 사진 경찰청 유튜브

진 경위는 노인을 따라 은행 안으로 들어간 후 창구 직원에게 "노인이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에 은행 직원들은 곧바로 출금해 주지 않고 시간을 끌었고, 경찰에 사실을 신고했다.

이후 현장에 출동 경찰관들에 의해 상황은 일단락됐다. 노인에게 "수사기관은 절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노인의 핸드폰에 깔린 악성 앱을 지웠다고 한다. 덕분에 노인은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진 경위는 교대 근무 일정이 없는 비번일에 농사일하다 잠깐 현금을 뽑으러 ATM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지난 6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히며 시민들에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보이스피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경찰청 112, 금융감독원 콜센터 1322, 개인이 발급한 금융회사 고객센터에 바로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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