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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선발·진급 불이익 때문에 군 초급간부 기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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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군인의 신분은 국가공무원법상 경력직 공무원 중 ‘특정직 공무원’에 속한다. 군인은 병사, 그리고 간부로 통칭하는 장교·부(준)사관으로 나뉜다. 간부는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추고 선발 절차를 거쳐 소정의 교육훈련 과정을 마치면 소위나 하사로 임용된다.

현행 군인사법 제6조는 군 복무를 장기와 단기로 구분한다. 장기복무는 ‘사관학교를 졸업한 사람’과 ‘단기복무 장교 중 장기복무 장교로 선발된 사람’ 등으로 한정하는데, 의무 복무 기간은 10년이다. 육사를 제외한 장교는 모두 단기복무자로 3사관학교 출신은 6년, 학사장교는 3년, 학군(ROTC) 장교는 28개월을 의무 복무해야 한다.

3사 지원자 급감, 중도 포기 많아
국회 계류 군인사법 개정 시급
단기복무 장교 기간 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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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를 지원하는 청년들은 군인을 직업으로 하려는 의지를 갖고 시작한다. 육군 장교를 배출하는 사관학교는 육사와 3사가 있다. 육사는 임관과 동시에 장기복무자로 직업성이 보장되며, 복무 기간에 대부분 소령으로 진급된다. 3사 출신은 대학 3, 4학년 과정을 마치고 임관하지만, 군인사법에 단기복무자로 분류돼 별도 심사를 거쳐야 장기복무가 가능하다. 장기복무 심사는 임관 후 2년 차부터 5년 차까지 할 수 있으나 기간 중 평정·교육·보직 등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육사와 3사는 1996년부터 동일하게 복수의 학위를 받고 임관한다. 소위 임관 시기도 같고 군번 체계도 연도 단위로 바뀌면서 외형적 차별은 없어졌지만, 실질적 차별은 여전하다. 첫째, 복무 구분 차이다. 육사는 임관과 동시에 장기복무자로 임명되지만, 3사는 5년 차까지 장기복무 심의에서 임관 인원의 약 80%가 장기로 선발된다.

둘째, 의무복무 기간 차이다. 육사는 4년 동안 국비를 투입하고 10년간 의무 복무하지만, 3사는 2년 동안 교육받고 6년을 의무 복무하고 있다. 셋째, 영관장교 진출 과정의 차이는 더욱 심하다. 육사는 임관자 전원의 중령 진급이 보장되며 약 70%가 대령으로 진출한다. 3사는 임관 대비 소령 진출 비율이 40%, 중령은 20%, 대령은 15% 수준이다.

군인을 직업으로 선택한 청년 장교들이 장기복무 심사 관문과 진급의 문턱을 넘지 못해 조기에 사회로 내몰리면 국가적 손실이다. 장기복무를 희망하는 장교들이 직업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병사의 복무 기간 단축과 ‘봉급 200만원 시대’가 맞물리자 초급간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3사 생도 지원자가 급감해 입학 경쟁률이 예년보다 현저히 낮아졌고 중도 포기자도 속출하고 있다. 초급 간부 자원의 질적 저하는 과학기술 강군으로 가는 길에 적신호로 인식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직업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군인사법을 반드시 개정해 3사 장교들도 육사처럼 임관과 동시에 장기복무자로 임명해야 한다. 이런 취지를 담아 지난 2월 당시 신원식 국회의원(현 국방부 장관) 주도로 군인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야당 측은 개정안에 대해 “3사 출신 초급간부들의 복무 동기를 강화하고 우수 인력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취지이지만, 다른 경로로 임관한 장교와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여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위기다.

하지만 야당 측이 형평성 문제로 언급한 ‘다른 경로로 임관한 장교’들의 임관 동기는 대부분 병역 의무를 장교로 복무하는 데 있다. 즉, 전원 장기복무가 요구되는 3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개정 법률안이 이대로 폐기되면, 국방부 또는 육군본부의 인력 정책 차원에서라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국방부는 최근 ‘2024-2028 국방 중기계획’에서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을 위해 각종 수당과 봉급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어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의무복무를 위주로 하는 단기복무 장교는 기간의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고, 직업을 동기로 하는 장교들은 직업 안정성 보장이 관건이다. 육사가 전원 장기복무로 임명되듯 3사도 장기복무를 염두에 두고 군인을 직업으로 선택한 집단이다. 장기복무와 영관 진급이라는 직업의 안정성 보장으로 우수한 초급간부를 확보해 허리가 튼튼한 강한 군대를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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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