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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월급의 4배”…귤 수확철에 찾아 온 청년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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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5일 서귀포시에서 감귤을 수확 중인 농장주 문대오(왼쪽)씨와 베트남 근로자. [사진 농협제주본부]

5일 서귀포시에서 감귤을 수확 중인 농장주 문대오(왼쪽)씨와 베트남 근로자. [사진 농협제주본부]

짧은 기간 일손이 필요할 때 농가를 돕는 계절근로자 제도가 감귤 수확철에 효과를 보고 있다.

18일 농협 제주본부에 따르면 제주에는 현재 베트남 남딘성(省南定) 출신 20~30대 청년 41명이 계절근로자(E-8 비자)로 와 있다. 지난 11월 5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온 이들은 내년 3월까지 서귀포 위미농협 조합원 농가에서 일한다.

서귀포시 하례리에서 2만㎡(6000평) 규모의 감귤농장을 운영하는 문진식(51)씨는 “고령화로 ‘수눌음’(제주 품앗이)은 옛말이 됐는데, 베트남 젊은이들 덕에 올해 감귤 수확을 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베트남 청년들도 대체로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지역 농장에서 일하는 쩐티밍(39·여)은 “제주 월급이 고국보다 훨씬 많았다”며 “생활비를 빼고 나머지 돈은 입원 중인 남편과 자녀 3명이 있는 고향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언어 소통이 조금 힘들지만, 농장분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고향 친구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제주도 내 감귤 수확 인력 일당은 내국인 기준 남성 15만원, 여성 9만5000원 수준이다. 베트남 계절근로자 일당은 남성 11만원, 여성 7만5000원으로 내국인과 차이 난다. 하지만 계절근로자들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평균 180만원(실지급액 기준) 정도로 베트남 현지 임금(30만~40만원)보다 4배 이상 높다는 게 농협 측 설명이다. 외국인 근로자 만족도가 높다 보니 현재까지 이탈자는 없었다.

위미농협은 지난 10월 베트남 현지에서 무단이탈 가능성을 점검했다. 일하다 향수병이 나타나진 않을지, 근무 환경이 적성에 안 맞진 않을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고 한다. 위미농협 김은주 상무는 “농가도 처음에는 외국인 근로자의 무단이탈 우려로 신청을 꺼렸지만, 작업 능력과 품성 등이 검증되면서 최근에는 예약이 꽉 찰 정도”라고 했다.

윤재춘 농협 제주본부장은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은 일손이 부족한 제주농촌에 와준 귀한 손님”이라며 “이들이 친척 집에 온 것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공동 숙소를 마련해주고 휴일 문화체험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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