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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남은 이준석 '탈당의 날'…"신당 막을 키맨은 새 비대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세번째선택 공동 창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세번째선택 공동 창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예고한 ‘탈당의 날’이 열흘도 남지 않은 가운데, ‘이준석 신당’을 두곤 여전히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여러 인터뷰에서 “오는 27일에 탈당하고, 그다음 날부터 창당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실적으로 창당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일단 “저도 예고된 일정에 따라 제 나름의 움직임으로 큰 틀에서 (제3지대에) 보탬되도록 하겠다”며 창당 의지를 이어가는 입장이다. 그는 17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제3지대 정당 ‘새로운선택’ 창당대회에 참석해 “정치권은 국민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나쁜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나쁜지 판단을 내리라고 강요하는데, 둘 다 나쁘다. 이미 평가가 끝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16일)엔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를 본인 유튜브 채널에 초청해 4시간가량 토론하기도 했다. 한국의희망은 지난 8월 창당한 제3지대 정당이다. 최근 이 전 대표는 친윤계인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둘러싸고 온라인 설전도 벌였다. “민주당이 총선용으로 만든 비상식적 특검”이라는 김 전 행정관 주장에 이 전 대표가 “국민 찬성 여론이 높다.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여권과 거리를 두면서 제3지대 합종연횡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동시에 “창당할 시간을 말로만 까먹고 있다”는 해석도 동시에 나왔다. 과거 창당 경험이 있는 한 의원은 “창당이란 게 말로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며 “이 전 대표의 창당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뭘까.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4일 오전 김기현 대표 사퇴 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4일 오전 김기현 대표 사퇴 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①현실론=이 같은 지적은 주로 “이 전 대표의 창당 관련 실무적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이 전 대표가 온라인상에서 지지자 연락망 및 내년 4·10 총선 출마 희망자 명단을 구하고 있지만, 실제 창당 작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영남권 의원은 “단순히 연락망에 등록한 지지자와 창당에 필요한 발기인은 차이가 있다”며 “현재까지 봤을 때 창당에 필요한 실무적인 작업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론 등 다양한 국면을 거치면서 ‘이준석 신당’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고 그 결과 동력이 약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 “김기현 전 대표 사퇴와 장제원 의원 불출마 등 당 혁신 과정이 부각되면서 이준석 신당에 대한 명분도 옅어졌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분석도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요즘 모습을 보면 플레이어라기보다 평론가에 가깝다”며 “당이 쇄신할수록 이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 공동창당대회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운데),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 공동창당대회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운데),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속도론=반면 이 전 대표 측은 “비공개로 정치권 인사를 만나고 있고, 신당 창당까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라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중앙일보에 “신당 창당 핵심은 당원 모집이고, 그 부분과 관련해 이준석 신당은 큰 문제가 없다”며 “이 전 대표 공언대로 27일 탈당 선언 후 창당 준비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선택 등 제3지대와의 연대 가능성 때문에 신당 작업이 더뎌진다는 해석도 있다. “이 전 대표 혼자서만 창당을 하면 가시적인 성과물이 이미 나타났을 수 있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제3지대와의 연대 작업 때문에 창당 작업이 더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제3지대 인물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걸 보면, 제3지대 연대 정당을 만들려는 것 같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출입국 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출입국 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③ 키맨은 ‘새 비대위원장’=이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여권에선 추후 정해질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키맨’이 될 것이란 관측이 있다. 당권을 쥘 비대위원장이 이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에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지에 따라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사퇴한 김 전 대표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은 그간 이 전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손을 내밀어 왔지만, 현재는 이 전 대표와 입장을 조율할 마땅한 리더가 부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 장관이든 누구든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총선 앞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막아 자기 성과로 삼고 싶을 것”이라며 “이 전 대표도 이 점을 알고 있어 레버리지로 활용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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