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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비대면진료 첫날…예약 2시간 뒤 "의사 부재중" 일방취소

중앙일보

입력

“다른 날짜를 선택해주세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이 시행된 첫날인 15일. 휴일·야간 비대면 진료가 누구나 가능하다고 했지만 진료를 받기는 쉽지 않았다. 기자는 이날 오후 8시쯤 가장 많은 사용자가 이용 중인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가 알레르기 진료 신청을 해봤지만, 진료 예약을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15일 오후 8시쯤 비대면 진료 앱에 있는 병원(전문의 기준)들의 당일 진료는 대부분 불가능했다.

15일 오후 8시쯤 비대면 진료 앱에 있는 병원(전문의 기준)들의 당일 진료는 대부분 불가능했다.

목록에 있던 전문의 28명 가운데 실제 진료 중인 의사는 2명(내과 1명, 산부인과 1명)이었다. 그나마 오후 9시40분에 진료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2시간여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 긴 기다림에도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오후 9시 50분쯤 "선생님 부재중이라 진료가 어렵다"는 일방적인 진료 취소 메시지가 도착했다.

‘확대 시행’ 첫 주말…어땠나 보니

15일 오후 1시간 40분 기다린 비대면 진료 예약이 일방 취소됐다(왼쪽), 16일엔 "내원 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진료가 취소됐다.

15일 오후 1시간 40분 기다린 비대면 진료 예약이 일방 취소됐다(왼쪽), 16일엔 "내원 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진료가 취소됐다.

16일에도 비대면진료를 다시 받기 위해 예약을 시도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오후 2시쯤 감기 진료가 가능한 전문의는 3명(산부인과 2명, 외과 1명), 소화불량 진료가 가능한 전문의는 외과 전문의 1명뿐이었다. 이들 중 1시간 안으로 예약이 되는 병원은 없었다. 알레르기 진료는 “내원 환자가 많아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진료가 한 차례 취소됐다. 2시간을 기다려 오후 4시쯤 서울 한 내과 전문의와 통화할 수 있었다.

문 연 약국도 없는데…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진료 문턱을 넘었지만, 약을 받는 과정이 까다로웠다. 정부가 섬·벽지 거주자 등 예외를 빼고는 약은 환자가 직접 타게 하도록 지침을 두면서다. 기자를 비대면 진료한 내과 전문의는 처방전을 내주면서 “약국 팩스 번호를 알아내 앱에 입력하라”며 “나이 든 약사라면 ‘그런 거 안 한다’고 할 수 있어 젊은 약사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근처 약국 중 문을 연 곳을 찾기도 어려운데, 그 중에서도 팩스로 처방전을 받는다는 약국을 찾고 다시 약을 타러 가야하는 셈이다.

앱을 통한 비대면 진료 시 처방전을 약국 팩스로 전송할 때, 환자는 직접 약국에 전화해 팩스 번호와 재고 약 유무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지난 15일 비대면 진료로 여드름약을 처방받은 20대 여성 A씨는 “약국에 전화를 걸어 하나하나 물어보는데 너무 번거로웠다”라며 “약사들이 ‘왜 그런 걸 알려줘야 하냐’며 (비대면 진료를) 안 좋아했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복지부는 배송 문제나 탈모·여드름·다이어트 약의 오·남용 문제 등 시범사업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전문가 검토 등을 통해 점차 개선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비대면진료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대한내과의사회 역시 '보이콧'을 검토 중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지난 14일 긴급 간담회를 갖고 "비대면진료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지만 정부가 의약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확대하려 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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