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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지방정부 부채 GDP 웃돌아…WSJ “디폴트 확산 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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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호 10면

중국 신용등급 하락 파장

지난 11월 중국 베이징의 한 보석상에서 보석을 세공 중인 장인들. [EPA=연합뉴스]

지난 11월 중국 베이징의 한 보석상에서 보석을 세공 중인 장인들. [EPA=연합뉴스]

3분기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4.9%)로 회복세를 보였던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15일 중국 증시 3대 지수는 동반 약세를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 선전종합지수, CSI300 지수는 월초 이후 각각 2.94%, 3.45%, 4.06% 하락했다. 그런가 하면 본토로 향하던 외국인의 주식 거래 자금(북향자금)은 이달 들어서만 251억 위안(약 4조원)이 순유출 됐다.

중국 증시와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한꺼번에 가라앉고 있는 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6년만에 중국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영향을 받아서다. 이달 초 무디스는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를 이유로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월가에선 중국 중앙·지방정부의 부외부채(簿外負債·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부채)가 7조~11조 달러(약 9236조~1경45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달 초 중국 재정부가 공개한 지방정부 부채(5조6129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10월 말 기준)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장 과정에서 증가세를 보이던 중국의 부채가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라며 “그동안 재정상태가 건실하다고 여겨졌던 중국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실 중국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5월과 9월에는 각각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우려로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AA-에서 A+로 강등하기도 했다. 그런데 무디스가 갑자기 또다시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10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빚(부외부채) 1조435억 위안(약 191조원)의 특수재융자채권을 발행해 부채로 흡수한 게 계기가 됐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가뜩이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계속 증가세였는데, 부외부채까지 떠안으면서 부채비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중국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에 따르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246.6%였던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올해 3분기 286.6%로 급등했다.

문제는 지방정부의 부채를 중앙정부가 떠안는 식의 방법으로는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박진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의 조치는 지방정부의 부외부채를 중앙정부가 떠안는 방식”이라며 “이는 리스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부외부채를 중앙정부가 매입하는 식은 지방정부나 국영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 지방정부와 기업이 디폴트에 놓여도 결국 중앙정부가 책임진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 더 큰 재정 악화가 뒤따를 수 있어서다. 지 연구위원은 “LGFV 채무를 중앙정부가 떠안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낳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대응 방법에 고심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하향 때는 중앙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하는 식으로 경기를 부양, 위기를 돌파한 바 있다. 해외직접투자법을 개정해 외자 유출을 막거나(2013년 하향 조정),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같은 대규모 개발 사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식이었다(2017년 하향 조정).

하지만 또다시 대규모 개발사업 투자 등으로 금융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지방정부의 부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해석이 많다. 올해 초 골드만삭스는 LGFV 부채를 포함한 중국 지방정부 부채가 약 23조 달러(약 3경36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 GDP 16조9000억 달러(약 2경2000조원)의 약 1.3배 규모다.

게다가 과거에는 부동산 경기가 괜찮아 대규모 개발 사업의 약발이 먹혔지만, 지금은 부동산 경기마저 가라앉아 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6년~2017년과 달리 지금은 중국 GDP의 30%를 부동산이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만큼 대규모 개발 사업을 통해 쉽게 넘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13년에는 빠른 유동성 공급 조치, 2017년에는 경기 회복세에 편승한 대규모 투자로 원활하게 넘어갔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횡보하는 상황에서는 다르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살아나지 않는 중국 내수소비와 민간투자까지 덮치며 중국이 이번 위기를 쉽게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2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의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침체를 해소할 강력한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확률이 50%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방정부의 부외부채에서 출발한 디폴트의 물결이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다”며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지방정부의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의 안전성 우려가 커지면 순식간에 전국적인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고강도 구조조정보다는 이번에도 양적 성장을 앞세워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1~12일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성장으로 안정을 촉진하되, 먼저 세우고 나중에 돌파한다는 의미의 ‘선립후파(先立後破)’를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기 부양, 구조조정, 개혁정책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정책이 필요한 타이밍”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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