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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 김기현 퇴진에 “수평적 당정관계” 요구 분출하는 與

중앙일보

입력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에서 마중나온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에서 마중나온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절차를 밟고 있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수평적 당정관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발판으로 전당대회에서 승리했던 김 전 대표가 결국 용산과의 갈등 끝에 매끄럽지 못하게 퇴장하는 모습에 “당의 주도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되는 것이다.

우선 3·8 전당대회 당시 당권에 도전했다가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에 밀려 물러섰던 인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14일 “여권의 정치시스템과 당정관계 변화가 전제돼야 비대위나 당 지도체제를 구성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초반 여론조사 선두를 달렸으나 '김장연대'와 갈등을 빚으며 “반윤(反尹) 우두머리”라고 공격당한 끝에 불출마를 했었다. 전당대회에서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라는 표현을 썼다가 대통령실로부터 경고를 받았던 안철수 의원도 13일 “당정일치로 성공한 정부는 없다. 당과 정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민심에 접근하는 방향으로 시너지를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었던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당과 대통령실이 종속적인 관계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며 “대통령실과 정부가 국민적 눈높이에 어긋나는 일들이 있다면 당이 강력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15일 비대위원장 임명 논의를 위해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와 전날 열린 중진 연석회의에서도 나왔다고 한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의총을 하면 ‘당정일체’나 ‘단합’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컸는데, 이번 의총에서는 당정관계 재정립을 주장하는 의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김기현 전 대표를 비롯한 당 4역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김기현 전 대표를 비롯한 당 4역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국민의힘 제공

하지만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당정 분리가 강조되는 것이 자칫 “당정 불협화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어차피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의 얼굴로 치르는 선거”라며 “용산과 지나치게 각을 세워 대통령 지지율을 깎아 먹는 일이 벌어진다면 오히려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원장 추천권이 있는 윤재옥 권한대행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당정관계 관련 기자 질의에 “당정 관계는 실질적으로 수직적 관계라기보다는 소통이 원활한 것”이라면서도 “일방적으로 의사전달이 되는 상황이 아닌데 국민 눈에 그렇게 비친다면, 그런 부분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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