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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부모 찬스' 무더기 적발…연세대, 교육부 상대 또 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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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교기. [연합뉴스]

연세대학교 교기. [연합뉴스]

입학이나 성적 부여 과정에서 ‘교수 부모 찬스’ 등 무더기 부정행위를 적발당했던 연세대학교가 교육부를 상대로 한 법정 다툼에서 또다시 졌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부장 성수제)는 15일 연세대학교가 종합감사결과 처분을 없애달라며 낸 청구를 대부분 받아주지 않은 1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연세대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연세대는 2019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았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고강도 사학비리 대책을 주문하자 교육부는 여태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사립대를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첫 대상이 연세대였다. 종합감사는 회계·특정 감사와 달리 대학 법인·인사·회계·시설·학사·입시 등 말 모든 영역을 살펴보는 것이어서 당시 사립대에선 “대학 길들이기냐”“교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는 것”이란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9년 6월, 교육부는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 사립대학 종합감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유은혜 당시 교육부장관이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 참석한 모습.[연합뉴스]

지난 2019년 6월, 교육부는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 사립대학 종합감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유은혜 당시 교육부장관이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 참석한 모습.[연합뉴스]

‘사학비리 척결’ 첫 타자…무더기 처분에 소송 

교육부는 연세대 종합감사에서 징계 거리를 무더기로 찾아냈다. 어떤 교수는 딸에게 자신의 수업을 듣게 하고 시험 답안지도 손수 작성해 줬고, 아들에게 두 학기에 걸쳐 A+를 준 교수도 있었다. 대학원 입학전형 자료를 만들거나 보관하지 않은 교수는 수십 명에 달했다. 교육부는 법인, 예산·회계, 연구비, 부속병원 등에서 지적사항만 87건을 찾아내고, 중징계 26명을 포함해 400명 넘는 교수·교직원에게 신분상 조치를 하라고 2020년 3월 통보했다.

연세대는 교육부의 처분 87건 중 12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을 선임해 취소 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1심 행정법원은 연세대의 주장을 각하했다.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은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는데 이미 반년이 지난 2020년 10월에 소송을 제기해서다.

연세대학교 캠퍼스 내 모습. [뉴스1]

연세대학교 캠퍼스 내 모습. [뉴스1]

교수 징계 안 하려 3년 다퉈…소송 비용 연세대가 

연세대는 ‘취소가 안 된다면, 두 건 만은 무효로 해 달라’는 주장도 폈는데 이 중 한 건은 행정법원이 인용했다. 입학전형 자료를 보존하지 않은 교수 두 명에 대해선 종합감사결과 통보일 26일 전에 징계시효(보직 끝나고 3년)가 지났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아들에게 A+ 준 교수에 대한 경징계 요구에 대해 “아들이 수강신청을 한 3월부터 계산하면, 교수를 징계할 수 있는 시효가 지났다”는 연세대측의 무효 주장에 대해선 행정법원은 “교수가 성적을 부여한 6월부터 계산해야 하고,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이는 이 날 항소심 판결에서도 마찬가지다.

3년 넘는 싸움 끝에 교수 두 명을 경징계에서 살려내긴 했으나, 이를 제외하고는 연세대가 교육부와의 싸움에서 졌다. 교육부가 쓴 비용까지 포함해 1심 소송비용의 95%, 2심 소송비용의 100%를 연세대가 부담해야 한다. 서울고법은 당초 지난 2월 이 사건 변론을 종결하고 4월에 선고하려 했으나, 한 차례 변론을 재개하고 세 차례 선고기일을 변경하며 이날 선고하게 됐다. 검토가 길어졌지만, 이변은 없었다. 다만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고 어느 쪽에서든 상고하면 대법원에서 마지막 다툼을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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