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지영 "평양의 이설주 아파 보였다, 김정은과 부부느낌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4월 평양 공연에서 노래하고 있는 백지영. 사진 MBC

지난해 4월 평양 공연에서 노래하고 있는 백지영. 사진 MBC

가수 백지영이 2018년 평양 공연 뒷이야기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했다.

백지영은 2018년 4월 1일 남북 평화 협력 기원 공연을 위해 평양 무대에 올라 자신의 히트곡 ‘잊지 말아요’와 ‘총 맞은 것처럼’을 열창했다.

백지영은 “자유 선곡이 아니라 (북에서) 곡을 정해줬다”며 “그때 내가 알기로는 북한 정세가 누가 숙청을 당하고 그랬다는 뉴스를 보고 난 다음이었는데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라고 하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 회상했다.

이에 “다른 노래를 부르면 안 되겠냐”고도 물었지만 “그쪽에서 그 노래를 원하셨다”고 해서 두 곡을 불렀다고 한다. 무대에 대한 반응은 ‘잊지 말아요’가 훨씬 좋았다고 기억했다. 백지영은 “왠지 모르겠지만 (관객들이) 입술로 따라부른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백지영은 “딱 봤을 때 현실감이 없었다. 만날 줄 상상도 못 했었다. 나는 말 한 번 잘못 하면 아오지 탄광에 끌려간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던 세대라 너무 무서웠다”며 “머리 각이나 소매 깃이나 어디 하나 흐트러짐이 없이 1톤짜리 다리미로 다린 느낌이었다”고 했다.

조선중앙TV는 2018년 4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지난 1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TV

조선중앙TV는 2018년 4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지난 1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TV

이때 김 위원장과 가수들이 찍은 기념사진의 비화도 공개했다. 인물들을 2~3열로 세운 북한 사진사가 “앞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뒤에 있는 사람들이 안 보일 수 있으니까 앉아 주시든지 자세를 낮춰 달라”고 얘기하자 김 위원장이 “나도 1열인데 나보고도 낮추란 말이오?”라고 맞받았다고 한다. 백지영은 “분위기가 싸해졌는데 그러고선 혼자 웃었다. 농담을 한 것이었다”고 했다.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에 대해서는 “되게 아파 보인다고 생각했다. 보자마자 ‘왜 이렇게 창백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하고 딱 동양적인 미인이었고 자연스럽고 예뻤다”고 했다. 다만 백지영은 “부부 느낌은 없었다. 부부는 눈도 서로 마주치고 어깨를 껴안는다던가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하는데 수직관계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기억했다.

현송월 당 부부장에 대해서는 “되게 여장부 스타일이다. 털털하고 대화가 그래도 꽤 통했다”며 “나를 언니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현 부부장과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동 공연을 준비하며 묘한 신경전이 있었다며 “(좋은 파트를) 양보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이 부분은 같이 해야지 남측에서 하면 안되시죠’ 같은 기싸움이 있었다”고 했다.

2018년 4월 5일 평양 고려호텔 객실. 연합뉴스

2018년 4월 5일 평양 고려호텔 객실. 연합뉴스

이때 묵었던 호텔이 도청됐던 것 같다고도 추측했다. 백지영은 “될 수 있으면 호텔 안에서 김일성, 김정일 등의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 또 서로 수다떨 때도 민감한 이야기는 호텔방 안에서 하지 말라고 했다”며 “한번은 ‘이 방은 왜 이렇게 수건이 없어?’하고 혼잣말을 했는데 나갔다 들어왔더니 수건이 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편해져서 평양 사진을 엄청나게 찍었다. 나중에 봤더니 한 1000장을 찍었더라”며 “김일성·김정일 부자 얼굴 사진이 평양 시내에 붙어있는데, 그 사진이 요만큼이라도 흔들리거나 비뚤게 나왔으면 (북한 수행원이) 다 지우더라”고 전했다.

백지영은 “가서 막상 사람을 만나 봤더니 정도 너무 많고, 땅만 갈라진 거지 사람이 갈라져서는 안 됐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며 “만약 또 북한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무료로 아무나 올 수 있는 공연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