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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출신은 강간범·야만인" 美흑인 인권간부의 혐오 막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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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일리노이 지부장 테레사 헤일리(58). 사진 헤일리 지부장 페이스북 캡처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일리노이 지부장 테레사 헤일리(58). 사진 헤일리 지부장 페이스북 캡처

미국의 유력 흑인 인권 운동단체 간부가 중남미 출신 불법 입국자들을 “강간범·강도·야만인”으로 일컬으며 사퇴 압박에 직면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BS 등에 따르면 미국 최대 흑인 인권 운동단체 중 하나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일리노이 지부장 테레사 헤일리(58)는 지난 10월 26일 열린 NAACP 지역 대표 회의에서 중남미 출신 불법 입국자들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됐다.

지난 12일 공개된 당시 영상에 따르면 그는 “흑인은 계속 길거리에 있는데 불법 입국자들이 가난한 흑인 주민보다 더 호의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며 “이는 흑인들을 마약중독자·정신이상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불법 입국자들을 위한 주 정부의 긴급 지원 서비스 등에 예산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취지다.

헤일리 지부장은 이어 “불법 입국자들은 강간·주거침입·강도 행위를 일삼는데도 언어도 못하는 그들을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헤일리 지부장은 중남미 출신 불법 입국자들을 야만인(Savages)으로 부르기도 했다.

해당 영상을 공개하며 헤일리 지부장의 발언을 문제 삼은 패트릭 왓슨 NAACP 듀페이지 카운티 전 대표는 “헤일리 지부장이 한 말은 과거 흑인들이 들었던 말이다. 우리 단체는 이런 말들과 싸우기 위해 조직된 것”이라며 “끔찍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비난받아 마땅한 발언”이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헤일리 지부장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으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며 영상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이클 차일드레스 NAACP 듀페이지 카운티 현 대표가 “영상에선 헤일리 지부장의 연설 내용 일부만 발췌돼 전체 맥락이 오도됐다”고 두둔하면서 오히려 해당 발언이 실재했음을 알리게 됐다.

이번 사태는 시카고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송된 불법 입국자가 급증하며 흑인과 라틴계의 반목이 심해진 가운데 나왔다. CNN은 시카고시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8월 이후 시카고에 이송된 불법 입국자 수는 2만5700여명”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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