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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공항 꼼수…예타 탈락하자 사업비 낮춰 예타 건너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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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분석] 

서산공항 조감도. 출처 충남도

서산공항 조감도. 출처 충남도

 지난 5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서 탈락한 ‘서산공항’이 이번에는 사업비를 낮춰서 아예 예타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에 국고 지원이 300억원을 넘는 사업이 대상인데 사업비를 500억원 미만으로 줄여 예타를 안 받겠다는 얘기다.

 15일 국토교통부와 충남도 등에 따르면 서산공항은 지난 5월 기재부가 발표한 예타 결과, 경제성(B/C)이 0.81에 그쳐 탈락했다. B/C는 통상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예타 당시 서산공항의 추정 사업비는 532억원(2020년 기준)이었다.

 서산공항은 충남 서산시 고북면과 해미면 일대에 있는 해미비행장(공군 제20전투비행단)의 활주로(길이 2743m) 2개와 관제시설을 활용해 민간공항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여객터미널과 계류장, 유도로, 진입도로, 주차장 등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개항은 2028년이 목표다.

 서산공항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같은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앞서 1997년 서산공군부대 창설식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서산공항 설치를 지시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예타 벽을 넘지 못하자 국토부는 지난 8월 ‘서산공항 건설 재기획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서산공항 사업을 계속 진행할 방안을 찾는다는 취지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충남 서산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충남 서산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

 현재 용역은 거의 마무리됐으며, 사업비를 484억원으로 낮춰 예타를 우회하는 방안이 사실상 결정됐다. 서정관 국토부 공항건설팀장은 “토목공사량 변경, 첨두 수요 재산정을 통한 주기장 규모 축소, 터미널 면적 축소 등을 통해 사업비를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예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공항 건설에 장벽이 거의 사라지는 셈이다. 국토부와 충남도는 내년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본 및 실시설계와 공사를 거쳐 2028년 개항한다는 계획이다. 운항 노선은 제주와 백령·울릉·흑산공항 등 4곳으로 소형항공기 위주의 국내선 전용공항으로 운영된다. 애초 충남도는 ‘대 중국 전초기지’를 내세웠지만, 실제론 제주와 섬 지역의 소형공항만 오가는 공항으로 축소됐다.

 수요는 2058년 기준으로 연간 45만명으로 추산했으며 제주가 42만, 나머지 3개 공항이 3만명이다. 하루평균 1200명 수준이다. 서 팀장은 “서산공항 건설을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도 코로나19 이후 국내선 항공 여객 수가 크게 증가하고, 저비용 항공사(LCC)의 국내선 점유율이 지속 상승하는 등 국내 항공시장 여건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시장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공항 중 인천·김포·김해·제주공항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민간공항을 개항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서산공항의 경우 차로 1~2시간 거리에 이미 청주공항과 군산공항이 있다. 게다가 군산공항의 민간기능을 대체할 새만금공항 사업도 진행 중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공항은 다른 교통 인프라와의 달리 공공보다 시장이 주도하는 분야라서 민간공항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항공사가 시장분석 결과에 따라 취항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며 “냉철한 항공수요 분석을 바탕으로 공항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또 “서산공항의 수요도 순수한 증가보다는 인근 청주나 군산공항에서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2002년 말 380억원을 들여 여객터미널을 새로 개장했지만 불과 2년도 안 돼 수요 부족 탓에 공항 자체를 폐쇄한 예천공항 사례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천공항 역시 서산공항과 유사하게 공군비행장에 민간공항 시설을 넣어 1989년부터 민항기 취항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각 생활권역을 광역시·도로 나누고, 지역별로 공항기반시설을 만들어 접근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는 점이다. 사실상 각 시·도별로 공항을 다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상일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안이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이후 공항당국의 정책 기조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경제성 위주에서 국토균형발전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규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지금도 지자체별로 공항 건설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정책 방향대로라면 결국 또 퍼주기 식으로 진행될 것 같다”며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선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 따라 종합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이에 맞춰서 도로, 철도, 공항 등의 개별 수단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천비행장에 만든 예천공항은 수요 부족으로 2004년 문을 닫았다. 연합뉴스

예천비행장에 만든 예천공항은 수요 부족으로 2004년 문을 닫았다. 연합뉴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지역마다 공항을 하나씩 건설한다는 계획은 우리 상황에서는 수요부족 등으로 인해 매우 부적절하다”며 “지역요구로 공항을 건설하는 경우는 현재처럼 국비로 100% 충당하는 대신 철도처럼 운영비 보전이나 건설비 원인자 부담 등의 보완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도로, 철도, 항공이 각각 따로 정책을 수립하는 데 따른 문제를 방지하려면 주무부처인 국토부에서 계획 타당성 평가를 치밀하게 해서 개별수단과 사업 간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개별사업별로 평가하는 예타의 구조적 문제점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선 대진대 스마트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공항, 철도 등 개별적인 교통계획이 아니라 전국단위로 수단별 특성이 고려된 종합교통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며 “게다가 대부분 공항이 적자인 상황에서 또 공항을 만드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정부 내에서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만 보면 가덕도신공항은 엄청난 돈을 들여서까지 만들어주면서 돈이 훨씬 덜 드는 서산공항은 안 된다고 할 명분이나 논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서산공항이 예타를 건너뛰더라도 사업계획적정성검토 수준의 엄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타 비대상 사업은 기재부의 사업계획적정성검토를 받을 의무가 없다. 유정훈 교수는 “국토부의 재기획 용역에서 공항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모와 사업비가 적정하게 책정됐는지를 꼭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타를 우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비를 줄인 건 아닌지 검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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