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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0만원 더 줘도 지방 떠난다…"할 말 있다" 전공의 반박

중앙일보

입력

소아 진료. 연합뉴스

소아 진료. 연합뉴스

대전 건양대병원은 필수의료 인재 양성을 위해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소청과) 등 중증 응급의료 과목 전공의(인턴·레지던트)에게 수련보조수당 월 100만 원을 주고 있다. 병리과 전공의에게는 월 500만 원을 지급한다. 최근 마감된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 결과’에 따르면 이 병원은 정원 37명에 지원 33명으로 경쟁률 0.9를 기록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병리과·산부인과·심장혈관흉부외과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 병원의 한 의대 교수는 “돈이라도 더 줘야 필수의료를 할까 싶었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다”라며 씁쓸해했다.

필수의료 줄줄이 미달…“돈보단 여건 개선”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전문의수련규정)

1. “전공의(專攻醫)”란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에서 전문의(專門醫)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수련을 받는 인턴 및 레지던트를 말한다.

2. “인턴”이란 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으로서 일정한 수련병원에 전속(專屬)되어 임상 각 과목의 실기를 수련하는 사람을 말한다.

3. “레지던트”란 인턴과정을 이수한 사람(가정의학과의 경우에는 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 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와 동등하다고 인정한 사람으로서 일정한 수련병원 또는 수련기관에 전속되어 전문과목 중 1과목을 전공으로 수련하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이 마무리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더 심화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청과는 정원 205명에 53명이 지원했다. 지원율은 25.9%에 그쳤다. 이른바 ‘빅5’라고 불리는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만 정원을 채웠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 전문의가 되기 전 거치는 수련 단계인 전공의는 대학병원의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빅5 미달은 심각한 신호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전공의는 “기업으로 치면 삼성·LG 등에 지원자가 없다는 뜻이다.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1일 “소아·분만·응급·외상 등은 지난해와 올해 전공의 지원 결과가 대동소이하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굳어졌다”는 입장을 냈다.

필수의료 관련 전공의 부족 현상은 지방에서 더 두드러진다. 대전협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소청과 전공의에 지원한 53명 가운데 비수도권 병원 지원자는 8명(15%)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전공의 인력난에 시달리는 전북도·강원도 등 일부 지역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관내 수련병원에서 필수의료 전공의를 하면 월 100만 원(수련보조수당)을 병원과 나눠 지원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수당은 의사 부족으로 도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나가 진료받지 않도록 전공의가 지역에 남아달라는 뜻에서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도 소청과 전공의 등에게 월 100만 원씩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련보조수당도 인력난을 해소하진 못했다. 강원도가 수련보조수당을 주는 강원대병원은 이번 모집 결과에서 정원 35명에 지원 30명으로 정원 미달(경쟁률 0.9)을 기록했다. 대부분 과가 정원을 간신히 채웠다는 뜻인데, 소청과·산부인과·외과 지원자는 없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수련보조수당을 받는다고 해도 근무시간을 따지면 1시간에 몇천 원을 더 받는 수준”이라며 “지원은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고, 근무 여건을 개선해 필수의료를 선택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36시간 연속 근무시간 단축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지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지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도 이 같은 전공의들의 의견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날(13일) 부산을 찾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공의 등) 의사 인력이 소진되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전공의의 연속 근무시간 등을 차차 조정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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