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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괴물들 속 한국계 청년, NFL ‘간판 키커’ 넘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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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NFL 애틀랜타 팰컨스의 키커인 구영회(왼쪽)가 지난 11일(한국시간) 홈에서 벌어진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와의 경기에서 필드골을 넣은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구영회는 NFL 개인 통산 필드골 성공률 89.1%로 부문 역대 3위다. [AP=연합뉴스]

NFL 애틀랜타 팰컨스의 키커인 구영회(왼쪽)가 지난 11일(한국시간) 홈에서 벌어진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와의 경기에서 필드골을 넣은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구영회는 NFL 개인 통산 필드골 성공률 89.1%로 부문 역대 3위다. [AP=연합뉴스]

미국프로풋볼(NFL) 애틀랜타 팰컨스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스타 구영회(29)가 ‘최고의 키커’ 에 도전한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영리한 키커들이 활약하는 시대’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게재하면서 구영회의 활약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워싱턴 포스트는 “필드골 정확도가 갈수록 좋아져서 키커들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이 구영회의 활약을 집중 조명한 것은 구영회가 리그 정상급을 넘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키커에 도전 중이기 때문이다. NFL 개인 통산 89.1%(74경기)의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 중인 구영회는 이 부문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역대 최고의 키커 자리를 놓고 구영회를 비롯해 저스틴 터커(34·볼티모어 레이븐스), 해리슨 버트커(28·캔자스시티 치프스) 등 3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1위는 터커(90%·191경기), 2위가 버트커(89.5%·103경기)인데 구영회와의 격차는 각각 0.9%포인트와 0.4%포인트에 불과하다. 다음 경기에서 터커나 버트커가 필드골 1~2개를 실패하고 구영회가 성공한다면 곧바로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근소한 차이다. 올 시즌 구영회의 필드골 성공률은 89.3%(28회 시도 25회 성공)다. 반면 데뷔 13년 차 베테랑 터커는 올 시즌 82.8%(29회 시도 24회 성공)로 주춤한 상태다. 구영회가 올 시즌 내에 필드골 성공률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현지 언론은 이런 구영회를 두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선수라고 소개했다. 그의 NFL 정착 스토리는 한편의 ‘역전 드라마’다.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난 구영회는 12세 때인 2006년 미국 뉴저지로 이민 갔다. 그는 한국에선 축구선수를 꿈꿨다. 미국 중학교 진학 후 그의 슈팅 실력을 본 친구들이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갈 수 있다”며 미식축구를 권유했다. NFL 홈페이지는 “구영회는 영어를 배우기도 전에 미식축구부터 배웠다”고 소개했다. 구영회는 이후 조지아 서던대학교에 진학했다.

구영회

구영회

구영회는 2017년 로스앤젤레스 차저스에 입단하면서 한국 출신으로는 최초의 NFL 선수가 됐다. 그러나 성적 부진으로 한 달 만에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 이후에도 좌절하지 않고 기량을 갈고닦은 그는 2019년 애틀랜타에서 최고의 키커로 거듭났다. 구영회는 “방출된 뒤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기부여의 계기로 삼았다. 다시는 그렇게 되기 싫어서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고 털어놨다.

2019시즌 애틀랜타에서 23개의 필드골(성공률 88.5%)을 성공한 구영회는 2020시즌엔 정상급 키커로 우뚝 섰다. 필드골 성공률 94.9%를 기록하며 생애 첫 프로볼(올스타전)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2021시즌에도 그는 필드골 성공률 93.1%로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자 애틀랜타 구단이 먼저 재계약을 제안했다. 구영회는 2022년 3월 애틀랜타 팰컨스와 5년 2425만 달러(약 320억원)에 사인했다. 키커로는 7번째로 많은 액수다.

구영회는 LA 차저스 시절까지만 해도 한국 국적을 보유하다 현재는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NFL에서 아시아인은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인종차별도 존재한다. 키 1m75㎝로 체격이 작은 편인 구영회는 “필드에 나갈 때마다 ‘방탄(Bulletproof) 스위치’를 켠다”고 말한다. 그는 또 “처음엔 영어도, 풋볼도 몰랐다. 목표를 세운 뒤 열심히 하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름도 한글 이름의 영문 표기인 ‘YOUNGHOE KOO’를 그대로 쓴다. 잔치국수·삼겹살 등 한식을 즐기고, 한국의 축구스타 손흥민을 좋아한다. 구영회는 “미식축구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면서도 “하지만 이건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기록 경쟁을 의식하진 않을 것이다. 뛰어난 선수와 경쟁을 즐기면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구영회는

◦ 생년월일: 1994년 8월 3일(서울 출생, 미국 국적)
◦ 체격: 1m75㎝, 84㎏
◦ 소속: 애틀랜타 팰컨스
◦ 포지션: 키커
◦ 주요 경력: 2020시즌 144득점(구단 신기록), 프로볼(올스타)
◦ 2023시즌 기록: 필드골 성공률 89.3%(28회 시도 25회 성공)
◦ 통산 기록: 필드골 성공률 89.1%(165회 시도 147회 성공)
◦ 좋아하는 음식: 잔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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