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으로 유산 아픔 겪었던 교수…'유별난 입덧' 원인 밝혀냈다

사진 셔터스톡

입덧으로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던 교수가 입덧의 주요 원인을 밝혀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서던캘리포니아대(USC)·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입덧이 주로 'GDF15'라는 호르몬 때문에 발생한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임신부의 혈액 내 GDF15의 농도를 측정하고 입덧과 관련된 유전적 위험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입덧을 겪는 임신부가 증상이 없는 임신부보다 임신 기간에 GDF15의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GDF15는 인체의 여러 조직에서 감염 같은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는 뇌에서 메스꺼움과 구토를 담당하는 부분에 몰려 있다. 따라서 GDF15가 늘어나면 메스꺼움과 구토도 심해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희소한 혈액병으로 인해 GDF15의 농도가 만성적으로 높은 한 여성이 임신했을 당시 입덧 증상이 거의 없었던 사례를 확인했다. 임신부가 임신 전에 장기간 GDF15에 노출되면 임신 이후 이 호르몬의 증가에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입덧은 임신부의 3분의 2 이상이 임신 초기 3개월간 겪는다. 여성 중 약 2%는 임신 기간 내내 입덧으로 입원하기도 한다. 입덧은 영양실조·체중 감소·탈수 증상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기 출산·혈전 등의 위험성을 높여 임신부와 태아의 생명을 위협한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마를레나 페조 USC 교수는 1999년 임신 당시 극심한 구토와 체중 감소, 일어서거나 걷기도 힘들 정도로 몸이 쇠약해지는 증세를 겪었다. 하지만 당시 의사는 이를 무시했고, 그는 결국 입원했다가 임신 15주 때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후 계속된 연구 끝에 이번 논문까지 발표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로 입덧에 대한 더 나은 치료법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뇌에서 GDF15 호르몬의 효과를 차단하는 약물 안전성이 입증될 경우, 입덧 환자는 이 약물을 복용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게 된다. 또 과거 심각한 입덧을 겪은 여성에게 임신 전 소량의 GDF15 호르몬을 미리 투여해 둔감하게 만든 뒤 입덧을 예방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