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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함께 웃은 '수출 주력' ICT·자동차…ICT 17개월만 반등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지난 1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한국 수출 호(號)의 대표적인 버팀목 ICT(정보통신산업)·자동차가 오랜만에 함께 웃었다. ICT 수출은 메모리 반도체를 타고 17개월 만에 역성장 터널을 벗어났다. 쾌속 질주를 이어가는 자동차는 사상 첫 연간 수출액 7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ICT 수출액은 178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1등 수출품' 반도체가 16개월 만에 반등(10.7%)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디스플레이(3.7%), 휴대폰(12.2%) 등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중국(홍콩 포함·15.5%)과 미국(12.5%), 유럽연합(EU·5.4%) 등 주요 지역으로의 ICT 수출이 모두 증가세를 보인 게 긍정적이다. 이 중 대(對) 중국 수출은 18개월만, 대 EU 수출은 15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특히 반도체에선 주력 분야인 메모리 수출이 1년 전보다 36.4% 뛰어올랐다. 지난 9월 1.3달러까지 떨어졌던 8기가 D램 고정거래가격이 감산 영향으로 10월 1.5달러, 11월 1.55달러로 반등한 덕에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대중 수출 회복도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 여파가 남아있는 시스템 반도체 수출은 8.1% 줄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첨단산업 중심인 ICT 부문은 국내 전체 수출액의 약 32%(지난달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전통적인 수출 중추인 ICT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향후 국내 수출 전반이 탄력을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바닥을 찍은 반도체가 당분간 ICT 수출 증가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와 TV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휴대전화 부품 등이 잘 나가면서 ICT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면서 "특히 메모리 수출이 기저효과, 단가 회복 등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낼 것이다. 다만 중국 내수 시장이 좋지 않은 게 변수"라고 말했다.

최근 새로운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2위 수출품' 자동차는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누적 645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세웠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541억 달러)을 넘어선 지 오래다. 12월이 남아있는 만큼 처음으로 연 700억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수출액도 1년 전보다 21.5% 증가한 65억3000만 달러로 지난 3월(65억 달러)을 넘어 월 기준 최고치를 찍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는 EV9 등 고가의 친환경차 수출이 미국 시장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는 영향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대미 친환경차 수출량은 역대 최대인 1만7000대를 기록했다. 그 덕분에 올해 1~11월 친환경차(승용) 전체 수출액은 219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0% 뛰었다.

수출이 잘 나가니 국내 생산도 탄력을 받았다. 자동차 누적 생산량은 11월까지 388만대로 지난해 연간 실적(376만대)을 이미 추월했다. 연말엔 2018년 이후 5년 만의 400만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내년 자동차 수출 증가율은 올해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크지만(산업연구원 전망치 2%),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호조세가 이어질 거란 예측이 나온다.

무협 장상식 실장은 "미국·캐나다 등 북미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고, 한국 전기차가 유럽·일본보다 가성비가 뛰어나 실적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경쟁자인 중국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 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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