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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기질?" 선배 이정은도 놀란 이 남자, 무섭게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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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드라마 ‘운수 오진 날’에서 연쇄살인마 금혁수를 연기한 배우 유연석. 사진 티빙

드라마 ‘운수 오진 날’에서 연쇄살인마 금혁수를 연기한 배우 유연석. 사진 티빙

살인을 저지르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연쇄 살인마의 모습이 한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혔다. 범인은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응시하더니 천연덕스럽게 ‘브이’를 그리며 손을 흔든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운수 오진 날’에서 배우 유연석(39)이 연기한 연쇄 살인마 금혁수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단번에 보여주는 장면이다.

금혁수에 의해 아들을 잃은 엄마 황순규 역의 선배 배우 이정은은 현장에서 이 장면을 보고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브이’를 그리며 손을 흔드는 장면은) 유연석이 현장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더라. 너무 연기를 잘하니 진짜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며 감탄했다.

‘운수 오진 날’은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이 고액을 제시하는 묵포행 손님 금혁수(유연석)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 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사진 티빙

‘운수 오진 날’은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이 고액을 제시하는 묵포행 손님 금혁수(유연석)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 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사진 티빙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건 ‘사이코패스가 왜 이렇게 잘 어울리냐’는 말이에요.”

1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유연석은 이러한 반응이 싫지만은 않은 모습이었다. “주로 선한 이미지를 보여드리다가 낙차가 큰 연쇄 살인마 캐릭터를 맡으니 보는 분들도 재밌어 하시는 것 같아 배우로서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서 서연(수지)을 집에 바래다주는 선배 재욱, 영화 '늑대소년'(2012)에서 늑대소년(송중기)과 순이(박보영) 사이를 방해하는 지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짝사랑남 구동매. 유연석의 악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배역은 그의 20년 연기생활 중 가장 악랄하고 잔인무도한 캐릭터다.

금혁수는 죄책감이나 두려움·공포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인 데다가 사고로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통증도 느끼지 못한다.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유연석은 “보통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해 연기하는데, 이번에는 워낙 무차별적인 살인을 하는 캐릭터다 보니 ‘만약 나라면’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최대한 캐릭터와 저 자신을 분리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마치 무대 안팎이 다른 연극처럼 촬영에 들어가면 몰입을 하다가도 끝나면 퇴근해 인간 유연석으로 돌아오려 했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유연석은 "고정된 이미지를 추구하기 보다 대중이 몰랐던 다양한 모습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티빙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유연석은 "고정된 이미지를 추구하기 보다 대중이 몰랐던 다양한 모습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티빙

그는 실제 사이코패스를 다룬 다큐멘터리나 인터뷰 등을 보면서 연기의 방향을 잡아갔다고 했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범죄 행위를 얘기할 때 흔들림이 없고, 오히려 무용담처럼 늘어놓는다고 하더라. 또 상대를 빤히 쳐다보고 관찰하면서 자신의 행위로 인해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 반응을 보며 즐긴다고 하니 이런 부분을 반영하면 섬뜩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살기 넘치는 눈빛, 극 중 살인 전력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으며 택시기사 오택(이성민)을 겁주는 모습 등의 연기는 이러한 분석이 바탕이 됐다.

올 초 방영한 드라마 ‘사랑의 이해’(JTBC)와 ‘낭만닥터 김사부 3’(SBS) 특별 출연, 각종 예능·유튜브 출연과 청룡영화상 진행까지. 유연석의 2023년은 여러 분야에서 꽉 채워졌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에게 배우로서 어떤 것들이 욕심 나는지 물었다.
그는 “여태껏 여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드렸는데, 이런 열정을 유지하며 호기심 가는 것들에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번에 금혁수를 맡겠다고 했을 때 어떻게 연기할지 상상이 안 된다는 댓글을 읽었다. 저조차도 하겠다고 해놓고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호기심이 생기더라”라면서 “특정 이미지의 캐릭터를 잘한다고 스스로 규정 짓기보다는 안 했던 것들, 안 보여드렸던 것들을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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