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인 암환자, 항암치료 '얼마나 사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 따진다

중앙일보

입력

노인 암 환자는 치료를 받을 때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암 치료법을 선택할 때는 본인·가족보다 의사 권유에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65세 이상 폐암·대장암·간암 등 노인 암 환자 2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노인 암 환자들은 항암 치료의 목표로 삶의 질(75%)을 생존 기간(25%)보다 3배 높게 택했다. 치료할 때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에 더 방점을 찍는다는 얘기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의 의료진이 한 말기 환자(왼쪽)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의 의료진이 한 말기 환자(왼쪽)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치료법을 택할 때 주요 고려요인을 봤더니 10명 중 6명 이상(64.8%)이 의사 권유를 꼽았다. 본인(20.1%)과 가족(13.4%) 결정보다 앞섰다. 지인의 권고는 1.7% 였다. 치료법 결정의 갈등 요인으로는 환자 스스로가 자신에게 최선의 치료법이 뭔지 확신하지 못하는 점과 불충분한 정보 제공 등이 지목됐다. 어떤 선택이 나에게 최선인지 명확하다에 동의한 비율이 39%에 그쳤다. 더 많은 조언과 정보가 필요하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80%로 나타났다.

의사들은 치료 때 환자 의사를 먼저 따졌다.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38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환자의 결정(24.9%)을 1순위 고려사항으로 꼽았다. ▶기능상태 ▶동반질환▶암 종류 ▶암 병기 ▶환자의 결정 ▶환자의 연령 ▶환자 가족의 의향 ▶환자의 노쇠·허약 중에서 1~3순위를 선택하도록 한 결과다. 그다음 암 병기(26.4%), 환자의 기능상태(21.2%)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간호사들이 말기 환자의 머리를 감겨주고 있다. 사진 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간호사들이 말기 환자의 머리를 감겨주고 있다. 사진 국립암센터

더 나은 치료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한 개선점으로는 노인 암 환자 치료 관련 임상진료지침 개발(38.7%)이 가장 높게 나왔다. 치료 관련 정확한 정보 제공이나 홍보(25.4%)가 뒤를 이었다. 반대로 환자들은 80%가 치료법 선택에서 더 많은 정보와 조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재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은 “노인 암 환자의 치료 의사결정 시 환자와 의사 간 인식의 차이를 확인했다”라며 “진료 현장에서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향후 보의연과 전문학회가 긴밀하게 협력해 근거 기반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책임자인 박동아 선임연구위원은 “치료 의사 결정에서 전문의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환자의 기능상태 및 노쇠 정도와 환자 자신의 선택이 적절히 고려돼야 최적의 치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노인 암 환자에게 객관적인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