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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일자리 위협 막자" MS, 美최대 노조 손잡았다…한국선?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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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빅테크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연맹(AFL-CIO)와 ‘인공지능(AI) 파트너십’을 맺고 AI 기술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노동계와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총연맹은 미국배우노조(AEA), 택시노조(NTWA), 간호사노조(NNU), 공무원연맹(AFGE) 등 60개 노조와 그 조합원 1250만명을 대표한다.

MS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에 파트너십을 공개하며 “AI 기술 개발에 노동계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노동자를 지원하는 정책 수립에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빅테크 기업의 이례적인 친노조 행보가 전 세계 AI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슨 의미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지난 11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MS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지난 11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MS

이번 합의는 ‘AI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MS가 내놓은 선제적 조치다. 미국 노동총연맹에 따르면, 지난 8월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할까 걱정된다고 답했고, MS의 다른 조사에서도 ‘업무량을 줄일 수 있다면, AI에게 일을 더 많이 맡기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70%에 달했다. 미국 할리우드 작가협회 등 창작자들도 AI가 인간 시나리오 작가의 일을 빼앗고 있다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MS는 노동계와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AI에 대한 사회의 우려를 ‘통제 가능한 문제’로 재정의하고 있다. AI 기술 기업으로서 인간이 느끼는 일자리 위협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기술 발전이 몰고올 변화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AI 시대에 필수적일 기술을 (MS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데 이번 파트너십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즈 슐러 노동총연맹 위원장은 “향후 노동자 중심의 (기술) 설계나 노동력 훈련, 신뢰할 수 있는 AI 사례를 만드는 과정에도 노동계가 역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밝혔다.

MS와 노조, 뭘 협력하나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MS에 따르면 이번 협력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①AI 기술 동향에 대한 심층 정보를 노동계와 공유하고 ②AI 기술 개발에 노동자의 관점을 반영하며 ③일선 노동자들의 역량과 요구가 AI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MS는 이를 위해 노조들에 AI 전문가로부터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내년부터 3년간 노동자들에게 AI 기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기술 도입 과정에 노동자 의견을 피력할 수 있도록 ‘노동 서밋’을 열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MS는 사내에 설립될 노조와 관련해 ‘중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직원들의 노조 결성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국은 어때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버셜 스튜디오 촬영장 입구에서 미 작가협회(WGA) 소속 작가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윤상언 기자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버셜 스튜디오 촬영장 입구에서 미 작가협회(WGA) 소속 작가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윤상언 기자

국내 IT업계와 노동계도 이번 합의를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의 오세윤 지회장은 “MS가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전략적 합의를 서둘러 내놓은 것일 수도 있지만, 빅테크 기업이 AI를 주제로 노동단체와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패러다임 전환”이라면서 “한국의 IT노조도 MS와 미국 노동총연맹의 행보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노동계 인사는 “미국 작가협회와 배우조합이 AI의 등장과 일자리 위협으로 파업을 했듯, 국내에서도 웹툰작가협회 등이 AI 기술 확산에 따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AI 기술과 플랫폼 알고리즘에 대한 노동계의 견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도 AI와 일자리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에 대규모 일자리 대체에 노사가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빅테크 기업과 노동단체가 공존의 길을 모색하려 시도한 것에 의의가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AI와 공장 자동화로 전환의 기로에 선 대기업 제조사들이 노조와 함께 AI를 활용한 생산성 개선과 미래 일자리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