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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올해 북한 7대 뉴스…바다엔 수중 핵공격함, 하늘엔 군사정찰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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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선정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올해 남북관계는 어둠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이었다. 북한은 한국은 물론 서방과의 대화를 전면 중단했다. 대신 중국, 러시아와 일명 ‘북방 3각관계’를 강화하며 뒷배를 다졌다. 내부 자원의 극심한 부족에도 불구하고 평양에 신시가지를 건설하고, 결속을 도모했다.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가 선정한 올해 북한 7대 뉴스를 소개한다.

1. 군사정찰위성 발사=지난 11월 21일 밤 10시42분.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새로 건설한 로켓 발사장(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을 쐈다. 북한은 ‘만리경-1형’으로 명명한 군사정찰위성이 발사 702초 만에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5월 31일과 8월 24일 각각 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정보 당국은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에서 위성 발사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총력을 기울였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자 “눈을 갖게 됐다”며 관계자들을 치하했다. 위성은 현재 500㎞ 안팎의 고도에서 초속 7.6㎞의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한국군은 지난 2일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해 현재 시험 작동 중이다. 남북 간 스페이스 배틀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방과 단절, 중·러 뒷배 챙기기
러시아 우주기지서 푸틴과 회담
개성공단 30개 한국 공장 가동
코로나로 봉쇄했던 국경 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위성 발사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위성 발사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 9·19남북군사합의서 파기=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하자 정부는 발사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9·19 남북군사합의서의 효력을 일부 정지했다.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의 부속 합의서인 9·19 군사합의서 가운데 휴전선 일대에서 비행을 금지했던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드론이나 정찰기를 이용한 전방 지역의 정찰 임무를 재개키로 한 것이다.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지난달 23일 9·19 군사합의서 전체의 무력화를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비무장지대에 병력과 중화기를 투입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판문점에 근무하는 군인들에게 권총을 지참케 하는 조치도 취했다. 남북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전핀이 제역할을 잃고 있다.

3. 개성공단 불법 가동=통일부는 지난 8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측 생산 시설을 불법으로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10여 개 수준이었던 불법 가동 공장 숫자가 6개월 만에 30여 개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부는 위성과 전방 지역에서 관측 장비를 통해 북한의 이런 동향을 포착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가동 중인 기업의 명칭을 밝히지는 않았다. 북한은 또 지난 2020년 6월 폭파 후 방치했던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지난달 말부터 철거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일종의 남북관계 단절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시위로 풀이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잠수함 진수식. [연합뉴스]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잠수함 진수식. [연합뉴스]

4. 국경 다시 개방=북한은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해 봉쇄했던 국경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국경 근처에 얼씬거리면 모두 총살하라고 지시할 만큼 진공 상태를 주문했다. 외국과 항공이나 항로, 인적 교류는 중단됐다. 그러나 북한이 오랜 국경 봉쇄로 물자 부족을 겪자 지난해 북·중 화물열차에 한해 간헐적으로 운행을 해오다 지난 7월 27일 정전협정체결 기념일(북한은 전승절)을 맞아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받아들였다. 이를 신호탄으로 지난 9월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 북한 대표팀과 응원단을 파견했다. 또 중국에 발이 묶였던 북한 주민들을 귀국시켰다. 하지만 러시아 등 일부 외교사절을 제외하고 외국인들의 입국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5. 북·러 정상회담, 그리고 무기거래=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열차로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양측은 정상회담 이후 4년 만에 경제 공동 위원회를 열고 경제 협력을 재개했다.〈중앙일보 9월 21일자 23면〉 특히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연해주 대표단이 지난 11일 평양에 도착했는데,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최근 대러 노동자 파견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총력전을 펼쳤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러시아의 조력을 요청했다고 한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전부터 나진항을 통해 포탄 수백만 발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일종의 대가였던 셈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군사 매체인 디펜스엑스프레스는 지난 9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북한산 포탄에 불량품이 많아 애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정확도에 문제가 있고 폭발 사고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6. 딸 앞세운 김정은=지난해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8형 미사일 발사장에 처음으로 등장한 김 위원장의 딸은 올해 다양한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13개월 동안 19차례 활동한 대부분이 군 관련 행사지만 지난 2월 25일엔 서포지구 새 거리 착공식에도 등장했다. 특히 북한 매체는 지난달 30일 공군절 행사를 보도하며 김 위원장 앞에 딸이 서 있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도 공개했다. 통일부는 이전까지 남아를 선호하는 북한 체제의 속성상 여성이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후계자와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통일부는 지난 6일 “김 위원장이 딸 주애를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해 조기 등판시킨 게 아닌가 보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아직 북한 매체는 그를 후계자로 칭하지는 않고 있다.

7. 신형 잠수함 진수=북한은 지난 9월 3000t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을 진수했다. 대형 수직발사관 4기와 소형 수직발사관 6기 등 모두 10기의 발사관을 장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이를 ‘김군옥영웅함’으로 명명하고, ‘수중 핵공격함’이라고 주장했다. 이 잠수함은 북한이 러시아에서 들여온 잠수함을 개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해군 핵 무장화의 일환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핵 위협은 한층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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