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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가락시장 안 가도 돼요”…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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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전국 4개 지역에서 식자재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전봉주(61) 마켓다원 대표는 매일 저녁 5시30분이면 경기도 오산에서 담당 직원이 5t 차량을 끌고 서울 가락시장으로 향한다고 했다. 다음날 팔 물건을 떼오기 위해서다. 전 대표는 “상회를 돌면서 물건 품질을 확인하고 최종 구매까지 하려면 거의 새벽 2시가 돼야 시장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과정을 과감히 생략할 수 있는 변화가 생겼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30일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공식 오픈하면서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하루 24시간 전국 단위에서 농산물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농식품부는 유통구조가 복잡한 농산물 도매시장을 온라인에 구현한 것은 세계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해당 웹사이트(kafb2b.or.kr)에 들어가면 거래 상품과 품종·수량 등을 적은 판매 게시글이 주르륵 뜬다. 이미 지난 10월 시작된 파일럿 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전 대표는 지난 12일 클릭 한 번으로 4㎏짜리 귤 149상자(238만4000원)와 15㎏짜리 양파 280개(420만원) 도매 주문을 완료했다. 상품은 이틀 뒤 전씨의 마트로 직배송될 예정이다. 전씨는 “휴대전화나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든 원하는 걸 살 수 있으니 훨씬 시간이 절약되고 편리하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상품 거래가 체결되면 산지에서 구매처로 상품이 직접 배송된다. 보통 3단계를 거치는 농산물 유통이 1~2단계로 단축돼 그만큼 유통 비용이 절감된다. 실제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진성범(40) 제주조공 차장은 “예전엔 유통 구조가 농가→산지 유통인(농협)→도매시장→중도매인→소매업체(판매자)로 이어졌다면 이젠 도매시장과 중도매인이 사라져 수수료와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농식품부가 지난 10월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시범 운영 기간에 이뤄진 111건의 거래를 분석한 결과, 출하·도매 단계 비용은 물류 최적화로 인해 오프라인 거래와 비교해 7.4% 낮아졌고 농가 수취 가격은 위탁 수수료 절감 등에 따라 4.1%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파일럿 때부터 13일까지 이뤄진 총 거래 규모는 450건(937t)이고 거래액은 총 22억4400만원이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용해 물건을 구매하고 있는 임종세 리마글로벌 대표는 “오프라인 시장엔 품질 떨어지는 것도 있는데 이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받았을 때 품질이 문제가 된 적이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 유지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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