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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번으로 구매" 마진↓·편리성↑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

중앙일보

입력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의 공식 출범식에 참석해 농산물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의 공식 출범식에 참석해 농산물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4개 지역에서 식자재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전봉주(61) 마켓다원 대표는 매일 저녁 5시 30분이면 경기도 오산에서 담당 직원이 5t 차량을 끌고 서울 가락시장으로 향한다고 했다. 다음날 팔 물건을 떼오기 위해서다. 전 대표는 “상회를 돌면서 물건 품질을 확인하고 최종 구매까지 하려면 거의 새벽 2시가 돼야 시장을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과정을 과감히 생략할 수 있는 변화가 생겼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30일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공식 오픈하면서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하루 24시간 전국 단위에서 농산물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농식품부는 유통구조가 복잡한 농산물 도매시장을 온라인에 구현한 것은 세계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웹사이트. [캡처]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웹사이트. [캡처]

해당 웹사이트(kafb2b.or.kr)에 들어가면 거래 상품과 품종·수량 등을 적은 판매 게시글이 주르륵 뜬다. 이미 지난 10월 시작된 파일럿 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전 대표는 지난 12일 클릭 한 번으로 4㎏짜리 귤 149상자(238만4000원)와 15㎏짜리 양파 280개(420만원) 도매 주문을 완료했다. 상품은 이틀 뒤 전씨의 마트로 직배송될 예정이다. 전씨는 “휴대전화나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든 원하는 걸 살 수 있으니 훨씬 시간이 절약되고 편리하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상품 거래가 체결되면 산지에서 구매처로 상품이 직접 배송된다. 보통 3단계를 거치는 농산물 유통이 1∼2단계로 단축돼 그만큼 유통 비용이 절감된다. 실제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진성범(40) 제주조공 차장은 “예전엔 유통 구조가 농가→산지 유통인(농협)→도매시장→중도매인→소매업체(판매자)로 이어졌다면 이젠 도매시장과 중도매인이 사라져 수수료와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농식품부가 지난 10월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시범 운영 기간에 이뤄진 111건의 거래를 분석한 결과, 출하·도매 단계 비용은 물류 최적화로 인해 오프라인 거래와 비교해 7.4% 낮아졌고 농가 수취 가격은 위탁 수수료 절감 등에 따라 4.1%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파일럿 때부터 13일까지 이뤄진 총 거래 규모는 450건(937t)이고 거래액은 총 22억4400만원이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용해 물건을 구매하고 있는 임종세 리마글로벌 대표는 상품 품질을 믿을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임 대표는 “오프라인 시장엔 품질 떨어지는 것도 있는데 이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받았을 때 품질이 문제가 된 적이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 유지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품질 관리를 위해 판매자 자격 요건을 연 거래 규모 50억원 이상 생산자단체와 법인으로 설정했다. 품목이나 수량 등 기본정보 외에 당도·크기 등 상세한 품질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품질 관련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3단계 분쟁조정 과정을 통해 해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 초기에는 과일, 쌀, 계란, 돼지고기 등 38개 품목을 판매하고 이후 가공식품 등 품목을 추가해 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규모를 3조7000억원 규모까지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연간 거래 규모는 4조70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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