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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반가운 울음소리…사천 각계 단체장 총출동한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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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단체장 ‘선물 보따리’ 챙겨 총출동, 왜? 

13일 오후 경남 사천시 청아여성의원에 방문한 박동식 사천시장(왼쪽 3번째)을 포함 시의회, 농협, 수협, 약사회, 의사회 등 각계각층 단체장들이 셋째 여아를 출산한 20대 부부를 축하하고 있다. 이 병원은 사천에서 유일한 분만 가능 산부인과로, 지난달 13일 12년 만에 다시 분만실을 열었다. 사진 사천시

13일 오후 경남 사천시 청아여성의원에 방문한 박동식 사천시장(왼쪽 3번째)을 포함 시의회, 농협, 수협, 약사회, 의사회 등 각계각층 단체장들이 셋째 여아를 출산한 20대 부부를 축하하고 있다. 이 병원은 사천에서 유일한 분만 가능 산부인과로, 지난달 13일 12년 만에 다시 분만실을 열었다. 사진 사천시

13일 오후 4시쯤 경남 사천시 벌리동 청아여성의원. 박동식 사천시장과 윤형근 사천시의회 의장은 물론 지역 의사회·약사회·농협·수협 단체장이 총출동했다. 이 병원 산부인과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단 ‘깜짝 소식’을 듣고서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 9일 몸무게 3.16㎏의 건강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사천 산부인과에서 신생아가 출산한 것은 12년 만이다. 인구 11만명인 사천시에 그간 ‘분만실 있는’ 산부인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장은 선물 보따리를 한가득 챙겨왔다. 농협과 수협은 각 40만원 어치 쌀·기저귀·과일과 전복·미역·조개·새우를 준비했다. 의사·약사회도 20만원짜리 상품권을 들고 와 '귀한 셋째 딸'을 얻은 20대 부부에게 선물했다. 사천시도 출산지원금(800만원·셋째 기준)과 산후조리지원금(100만원)을 부부에게 전했다. 김종춘 청아여성의원 원장은 “이렇게 귀하고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서 기쁘다”며 “앞으로 임신부 등 주민이 만족할 수 있도록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분만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매년 500명 신생아, 타 도시 ‘원정 출산’

지난 9일 경남 사천시 벌리동 '청아여성의원'에서 셋째 아기를 출산한 장모(20대)씨가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그간 분만실이 없었던 사천에서 신생아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 건 12년 만이다. 사진 사천시

지난 9일 경남 사천시 벌리동 '청아여성의원'에서 셋째 아기를 출산한 장모(20대)씨가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그간 분만실이 없었던 사천에서 신생아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 건 12년 만이다. 사진 사천시

경남도·사천시에 따르면 사천에는 산부인과 3곳이 있지만, 모두 분만실이 없었다. 유일하게 분만실을 운영했던 청아여성의원도 출산율 감소 등을 이유로 2011년 분만실 문을 닫았다. 경남지역 8개 시 단위 지자체 중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곳은 사천이 유일했다.

이후 사천 주민은 대학병원이 있는 진주 등 대도시로 ‘원정 출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차로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도 걸리는 거리를 오가야 했다. 2018년 4월에는 진통을 호소한 30대 산모가 119구급차 안에서 출산한 일도 있었다. 매년 사천시에 출생 신고되는 400~500명은 모두 타 지역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태어난 셈이다.

경남도 자체사업 5억 지원…다시 분만실 갖춰

경남 사천시 벌리동 청아여성의원. 사천에 유일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로, 지난달 13일 분만실을 열었다. 사진 사천시

경남 사천시 벌리동 청아여성의원. 사천에 유일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로, 지난달 13일 분만실을 열었다. 사진 사천시

청아여성의원은 경남도 도움으로 지난달 13일 분만실을 열었다. 경남도는 안정적인 분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이 병원에 5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병원은 이 돈으로 진통실·분만실·수술실·회복실·입원실 등을 설치했다. 의료진은 의사 2명, 간호사 3명, 간호조무사 등 5명을 배치하고, 분만 수술실을 24시간 운영한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내년부터 총 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청아여성의원이 분만실을 열기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산부인과 전문의를 구하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렸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수소문한 끝에 후배 의사를 데려왔다고 한다.

산부인과조차 없는 지역은…‘찾아가는 산부인과’

2008년 경남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 현재까지 운영 중인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진 경남도

2008년 경남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 현재까지 운영 중인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진 경남도

경남에는 외래 산부인과조차 없는 지역도 여럿이다. 경남 의령·산청·함양 등이다. 경남도는 이들 지역에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 중이다. 2008년 전국 최초 시행한 사업이다. 산부인과 의료진과 장비를 갖춘 대형버스가 이들 지역을 매월 3~5회씩 방문해 초음파 태아 기형아검사, 임신성 당뇨검사와 가임·비가임 여성과 배우자를 위한 다양한 진료를 하고 있다.

이에 도민 만족도도 높다. 지난 9월 공개한 ‘찾아가는 산부인과’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100명) 가운데 9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주변 주민에게도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소개하겠다’라고 답한 도민도 81%에 달했다. 응답자는 모두 찾아가는 산부인과 이용자다. 의령에 사는 이모(64)씨는 “산부인과 검사를 회피했는데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통해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 경남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 현재까지 운영 중인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진 경남도

2008년 경남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 현재까지 운영 중인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진 경남도

경남도 가족지원과 관계자는 “임신부와 가임·비가임 여성이 농촌에 살아도 의료서비스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맞춤형 이동 진료를 제공해 건강한 출산과 여성의 건강관리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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