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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 147명 채용 비리'…이상직 징역 1년6개월 선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혐의를 받는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지난해 10월 14일 전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혐의를 받는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지난해 10월 14일 전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업무방해 혐의…최종구·김유상은 집행유예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형사4단독(부장 김미경)은 13일 오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원에게 "이스타항공 실질적 오너로서 공정한 채용 업무를 담당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배해 불공정하게 합격 처리를 지시한 점 등에 비춰 엄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종구·김유상 전 이스타항공 대표에겐 각각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2017년 하반기~2019년 상반기 객실 인턴 승무원 서류 전형 등에 관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이 최종구·김유상 전 대표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인사 담당자 채용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 인사 채용은 특별 채용이 아니라 공개 채용이었던 점 ▶지역 할당제를 하더라도 최저 자격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점 ▶인사 내부 기준을 정하지 않은 채 피고인들과 밀접한 관계, 추천 등으로 채용한 점 ▶이 전 의원이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지위를 상승시키고자 한 점 등을 근거로 댔다.

13일 오전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상직 전 국회의원 등 1심 선고가 열린 전주지법 401호 법정 앞 공판 안내판. 김준희 기자

13일 오전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상직 전 국회의원 등 1심 선고가 열린 전주지법 401호 법정 앞 공판 안내판. 김준희 기자

"채용 조건 부합하고도 불합격한 지원자가 피해자"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이스타항공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다"며 "국회의원 등으로 활동하며 이스타항공에 재직하지 않던 시기에도 회사 주요 회의를 주관하고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조사 결과 최 전 대표 등은 인사 담당자로부터 합격자 명단을 받은 뒤 이 전 의원에게 최종 재가를 받았다. 이후 공공 결재 문서에선 추천인란을 삭제한 뒤 인사팀에 전달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인사 담당자들은 비교적 일관되게 "이 전 의원 등이 청탁한 지원자 중 합격자는 동그라미나 형광펜으로 표시해 내려온다" "면접 단계 등에서 인적 사항에 적힌 추천자를 보며 점수를 부여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스타항공뿐 아니라 인사 담당자들도 포함된다"며 "피고인들은 인사 담당자들 업무를 형해화시켰다"고 했다. "인사본부장과 인사팀장 등은 각자 신규 채용 관련 입사 지원서 접수 등 전형 절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주체"라면서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실질적인 피해자는 회사에 지원했는데도 일정한 (채용) 조건을 갖추고도 불합격한 지원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기업 채용 권한은 보장되지만, 재량 범위가 무제한 확장될 수 없다"며 "공개 채용 절차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동일한 조건으로 합격자가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전북민중행동이 2021년 3월 10일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전북민중행동이 2021년 3월 10일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탁자와 특정 지역 따라 합격 지시"

이 전 의원 등은 2015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이스타항공 직원 600여 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청탁받은 지원자 147명(최종 합격 76명)을 합격시키도록 인사 담당자들에게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는 2021년 4월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이 전 의원 등을 대검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경찰이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 사건을 지난해 8월 재수사에 착수한 지 두 달여 만에 이 전 의원 등을 기소했다.

전주지검은 지난 10월 1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합격 기준에 미달한 추천인들을) 합격자로 다 채워놓는 건 너무 심하니 1·2등은 놔두자'라는 말을 할 정도로 청탁받은 지원자들에 대한 합격 지시가 도를 넘었다"며 이 전 의원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김유상·최종구 전 대표에겐 각각 징역 2년 6개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2020년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철회 촉구 단식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타항공 노동자 615명이 정리 해고된다며 이상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뉴스1

2020년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철회 촉구 단식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타항공 노동자 615명이 정리 해고된다며 이상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뉴스1

이상직 "사기업과 공공기관 채용 목표 구별해야" 

반면 이 전 의원 측 변호인은 "사기업과 국가·공공기관은 인재 채용 목표와 취지가 다르기 때문에 채용 절차 지배 원리도 구별돼야 한다"며 "사기업은 헌법상 직업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므로 채용상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탁으로 보기에도 인과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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