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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깬 ‘꿈의 물질’…검증위 “LK-99 초전도체 아냐” 개발자 “노코멘트”

중앙일보

입력

LK-99 연구진인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가 공개한 상온·상압 초전도체. 사진 김현탁 교수 유튜브 캡처

LK-99 연구진인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가 공개한 상온·상압 초전도체. 사진 김현탁 교수 유튜브 캡처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발표했던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꿈의 물질’ 개발 해프닝은 결국 ‘한여름 밤의 꿈’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는 13일 배포한 백서를 통해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외 재현 연구 결과 대부분은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닌) 오히려 비저항 값이 매우 큰 부도체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증위 발표에 대해 LK-99 개발자인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는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코멘트할 게 없다. 나중에 (입장을 발표) 하겠다”고 답했다. 추가 연구나 입증절차를 이어갈 계획이냐는 질문엔 “나중에 (답변) 하겠다”고 했다.

백서에 따르면 그간 국내 8개 연구소가 LK-99 논문 저자들이 제시한 방법에 따라 재현 연구를 한 결과, 상온 또는 저온에서 초전도성을 보인 결과는 없었다. 검증위는 “저항 및 자화율 측정 결과 모두 초전도 현상이 보이지 않았다. 섭씨 100도 근처에서의 급변은 황화구리(Cu2S) 불순물의 특성에 의한 상전이(온도·압력·자기장 등 외적 조건에 따라 다른 상으로 바뀜) 현상”이라며 “황화구리 불순물이 없는 단결정 성장 연구 결과에선 LK-99가 상전이가 없는 저항이 매우 큰 부도체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국내외 재현 실험 연구에서 저항 0과 마이스너 효과(초전도체가 자기장을 밀어내는 효과)를 보여주는 경우는 없었다”며 “대부분의 결과는 LK-99 가 오히려 비저항 값이 매우 큰 부도체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LK-99가 자기장을 밀어내는 것처럼 보인 건 불순물 탓이라는 의미다. 또 퀀텀에너지연구소가 LK-99 시료를 검증위에 제공하지 않아 교차 측정을 통한 검증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7월 22일 일부 저자가 관련 논문을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공개하는 사이트 ‘아카이브’에 올리며 시작됐다. 납과 인회석 결정 구조인 LK-99의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임계 온도가 섭씨 127도(400K)이고, 일상 생활 환경에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LK-99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지만, 재현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연구개발(R&D)센터에서 'LK-99 고려대 연구진실성 위원회 조사결과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연구개발(R&D)센터에서 'LK-99 고려대 연구진실성 위원회 조사결과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아카이브에 논문을 먼저 올렸던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검증팀이) 한두 달 짧은 기간에 확인했다는 것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며 “(LK-99가 초전도체임을) 믿고 있다. 충분히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LK-99 연구진 간 연구 기여도 및 특허권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아카이브 사이트 논문 공개 당시 공동저자가 다르게 표시된 논문이 2시간여 간격으로 공개됐다. 저자는 권영완·이석배·김지훈(전 퀀텀에너지연구소장)→이석배·김지훈·김현탁(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오근호(한양대 명예교수) 등으로 바뀌었다.

그 뒤 김현탁 연구교수는 “권영완 연구교수가 저자 동의를 고의로 지연하고, 저자 표시를 부당하게 했으며 논문을 중복 게재 및 자기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연구윤리 규정 위반 조사에 착수한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권 연구교수가 이석배 대표의 동의 없이 그를 공저자로 명시한 것은 부적절하고 재협의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그동안 과학계와 산업계에서 ‘꿈의 물질’로 불려왔다.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고 주변에 자기장을 밀쳐내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다. 전력 전송 시 열 손실을 ‘0’으로 만들어 발전소에서 가정까지 송전할 때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 모든 전기회로를 상온·상압 초전도체로 대체할 경우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으로 만들 수 있다. 초전도를 이용하면 자기부상열차를 10㎝가량 부양해 시속 500㎞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0분 만에 닿을 수 있는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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