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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측근에 거취 의견 물었다”…이르면 오늘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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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024년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024년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따른 후폭풍이다. 당내에선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의 한 축인 김 대표의 거취 표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서울 모처에서 극소수의 측근만 불러 자신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날 예정됐던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은 취소했고, 국회 당 대표실과 의원회관 사무실 문도 잠갔다.

김 대표의 거취가 처음 주목받은 건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의 희생을 압박하면서다. 혁신위의 험지 출마 내지 불출마 압박에 대해 김 대표는 “질서 있는 희생”을 강조하며 결단을 미뤘고, 이는 지도부와 혁신위 간 내홍의 단초가 됐다. 결국 ‘주류 희생’ 혁신안에 응하는 의원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위는 지난 11일 활동을 조기에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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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장 의원이 전격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발표하자 정치권의 이목은 김 대표 거취로 옮겨갔다. 여권 관계자는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김 대표의 선택지가 협소해졌다”고 했다. 김 대표의 선택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당 안팎에선 ▶국회의원 불출마 ▶대표직 사퇴 ▶불출마·사퇴 동시 선언 등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현재로선 김 대표가 이르면 13일 중 결단할 가능성이 크다. 평소 주재해 온 최고위원회의가 14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거취를 미리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당내에선 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좀 더 크게 보고 있다.

김기현

김기현

김기현 지도부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SBS 인터뷰에서 “지금 대표직을 사퇴하면 비대위로 전환된다. 4개월 뒤 (총선)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에 김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할 타이밍을 놓쳐 결국 대표직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장 의원은 이미 지난주에 불출마를 선언하려고 했지만 김 대표가 먼저 결단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주기 위해 시간을 미뤄둔 것으로 안다. 결국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실기(失期)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에 대한 당내 여론은 악화일로다. 전날 김 대표의 사퇴를 주장한 서병수(5선)·하태경(3선) 의원을 겨냥해 ‘김 대표 체제 유지’를 주장한 15명 정도의 초선 의원들이 “X맨” “자살특공대” 등의 거친 표현을 써 논란을 자초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훨씬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눈감고 뭉개면서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술 더 떠 철부지 애들까지 동원해 반혁신을 외치고 있다”고 적었다.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여권 인사도 늘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페이스북에 “사즉생은 당 구성원 전체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김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라고 적었다. 최재형 의원은 “당 쇄신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이 당 지도부의 교체”라고 말했다.

반면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선출된 당 대표 두 명이 등 떠밀려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것이 당 대표들이 별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같이 일하는 대통령이 별나서 그런 건지 되짚어 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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