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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반대에…COP28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불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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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폐막을 하루 앞두고 공개된 합의문 초안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최대 안건이던 화석연료 퇴출·감축 합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올해 기후총회를 두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요구를 받아쓰기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총회 의장국인 UAE가 공개한 초안에는 2050년 화석연료 사용·생산 제로(0)를 목표로 한 ‘단계적 퇴출’은 물론 최종 시한을 명시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줄이는 ‘단계적 감축(phase down)’이란 문구도 담겨있지 않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외신들은 “두 문구 중 하나라도 최종 합의문에 포함되는지가 COP28의 성공 지표”라고 봤다. 대신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공정하고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표현만 담겼다.

합의문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감축 문구가 들어가지 못한 건 산유국의 반대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OPEC을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UAE에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일 하이탐 알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화석연료 퇴출을 반대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13개 회원국에 발송했다.

환경단체와 참가국들 사이에선 비판이 터져 나왔다. 기후 운동가로 활동하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X(엑스)에 “이 비굴한 초안은 마치 OPEC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비영리단체인 참여과학자연대(UCS)는 “(감축을) ‘할 수 있다’라는 초안의 표현은 온실가스 감축을 각 국가의 ‘선택사항’으로 남겨버린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섬나라들의 반발은 한층 거셌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은 “사망 증명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평양 마셜군도의 존 실크 대표는 초안 수정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폐회를 하루 앞둔 현재 미국·유럽연합(EU) 등 최소 100개국 이상이 최종 합의문에 ‘단계적 퇴출’ 문구 삽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나 최종 합의문이 초안보다 진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98개 참가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해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채택될 수 없기 때문이다. BBC는 “이번 총회는 12일 공식 폐막하지만 합의문을 두고 논쟁이 길어질 경우 비공식 논의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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