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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저성장"…세계 40개국 정권 걸린 '수퍼 선거'도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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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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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 전체가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빨간불’ 전망이 잇달아 나왔다. 고금리·저성장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굳어지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공급망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국내 경제 전문가 10명 중 7명 이상(73.2%)은 ‘우리 경제가 장기간 1~2%대의 저성장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빠르게 회복해 내년부터 평균 3%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응답은 1.4%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였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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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절반 이상(50.5%)은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원인으로 미‧중 패권 다툼과 우크라이나 분쟁 등 세계적 경제‧정치 리스크를 꼽았다. 이어 ‘정책 당국의 위기 대응 미흡’(23.8%),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처진 법‧제도’(19.4%) 순이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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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이래 10개월째 3.5%로 동결된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61.1%가 ‘현행 수준 유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25.6%는 ‘고물가 억제를 위해 더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라’는 의견은 13.3%였다. 경제 전문가 세 명 중 한 명(37%)은 정부가 목표로 한 물가상승률 2%는 2025년에나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에 물가상승률이 2%로 안정될 것이란 응답은 7.6%에 그쳤다.

내년에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진 고환율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절반(56.8%)을 넘었다. 응답자의 30.8%는 2025년에야 원‧달러 환율이 기존 변동 범위(달러당 1050~1250원)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네 명 중 한 명가량(26%)은 아예 환율 변동 범위 자체가 1300원대로 굳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안에 환율이 1250원 아래로 돌아올 것이라는 응답은 43.3%(상반기 10.6%·하반기 32.7%)였다.

이날 한국무역협회도 ‘2024년 세계 경제통상 전망 세미나’를 열고 “내년 세계 경제가 2% 후반의 성장세에 머물면서 세계 교역도 3% 초반의 저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홍지상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 지속으로 제한적인 수출 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까지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순위는 8위로 지난해 대비 2계단 하락했다. 다만 올해 수출 부진의 최대 원인이었던 반도체 업황이 4분기부터 회복세로 접어든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라 평가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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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대외 경제 여건을 좌우할 글로벌 정치 상황 변화를 가장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내년은 ‘슈퍼 선거의 해’로 미국·EU 등 약 40개국이 리더십 변화를 앞두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지구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어 불안정한 대외 환경 속 각국의 통상정책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보호주의·경제블록화 현상이 굳어지는 만큼 통상 전략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무역정책센터장은 “미국의 무역 정책은 대중 강경 노선에 힘입어 자국 우선주의 및 보호주의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에서 양쪽 후보 모두 제조업 육성과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의 더욱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내세울 것”이라 예상했다. 손양림 코리아PDS 수석연구원은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올해보다 더 심화할 수 있어 자원 공급국의 수출 통제 가능성을 고려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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