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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바르사도 발아래...라리가 뒤흔드는 '무명' 지로나 돌풍

중앙일보

입력

올 시즌 라리가 선두를 달리는 지로나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올 시즌 라리가 선두를 달리는 지로나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올 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1부) 순위표가 낯설다. '무명 클럽' 지로나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로나는 지난 11일 프리메라리가 16라운드 경기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 바르셀로나를 4-2로 물리쳤다. 최근 8경기 무패(7승1무)를 기록한 지로나(승점 41)는 선두를 달렸다. 리그 '빅3'로 불리는 명문 레알 마드리드(2위), 바르셀로나(4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마드리드·3위)는 모두 지로나의 발밑에 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그저 '돌풍의 팀'이었던 지로나는 이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지로나의 돌풍에 반해 경기장을 찾은 지로나 시민들. AFP=연합뉴스

지로나의 돌풍에 반해 경기장을 찾은 지로나 시민들. AFP=연합뉴스

 지로나는 스페인 축구에서 '별 볼 일 없는 팀'이었다. 1930년 창단했지만, 1998~99시즌까지만 해도 5부 리그에 참가했다. 2017~18시즌에야 처음으로 1부로 승격했다. 2018~19시즌 다시 2부로 떨어졌고, 천신만고 끝에 2022~23시즌 다시 1부에 복귀했다. 지로나의 역대 최고 순위(1부)도 지난 시즌 기록한 10위다.

한국에는 전북 현대 미드필더 백승호(26)가 2017~19년 몸담았던 팀 정도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올 시즌 지로나의 기세는 이전과 다르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지로나는 20년 가까이 이어진 '빅3 천하'를 깰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3~04년 발렌시아가 우승한 이후 레알 마드리드(6회)·바르셀로나(11회)·AT마드리드(2회)가 번갈아가며 우승을 나눠 가졌다.

지로나 돌풍을 이끄는 미첼 감독(왼쪽). 로이터=연합뉴스

지로나 돌풍을 이끄는 미첼 감독(왼쪽). 로이터=연합뉴스

 지로나 돌풍의 비결로는 2021년부터 팀을 이끈 미첼 산체스(48) 감독의 지도력이 첫손에 꼽힌다. 미첼 감독은 2018년 라요 바예카노, 2020년 우에스카(이상 스페인)의 승격을 지휘한 '승격 전문가'다. 지로나에서도 부임 첫 시즌부터 1부 승격을 이뤄냈다. 극단적 공격 전술인 '닥공(닥치고 공격)'이 특기다. 지로나 선수단 전체 몸값은 약 2270억원으로 레알 마드리드(약 1조4160억원), 바르셀로나(약 1조2180억원·이상 추정치)에 한참 못 미친다.

미첼 감독은 스타가 없는 데도 적재적소에 선수를 투입하는 용병술로 좋은 결과를 내는 '가성비 축구'를 추구한다. 덕분에 지로나는 무려 14명이 골을 넣었다. 팀 득점은 38골로 20개 팀 중 1위다. 영국 BBC는 "미첼 감독은 신·구 조화를 이뤄 선발 라인업을 짠다. 상대 허를 찌르는 과감한 공격 전술이 돋보인다"고 소개했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도 큰 힘이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구단주이자 아랍에미리트 부호인 셰이크 만수르(53)는 2014년 '시티풋볼그룹'이란 지주 회사를 세운 뒤 뉴욕 시티(미국), 멜버른 시티(호주) 등 여러 구단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였는데 스페인 지로나도 2017년 일원이 됐다. 시티풋볼그룹은 지로나 지분의 47%를 소유하고 있다. 자금 운용이 원활해진 지로나는 올 시즌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공격수 아르템 도우비크(26), 네덜란드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데일리 블린트(33)를 영입했다. 도우비크는 8골로 득점 3위, 블린트는 수비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지로나는 또 맨시티와 자매 구단인 점도 활용했다. 맨시티에서 뛰지 못하는 유망주 풀백 얀 코투(21·브라질)와 미드필더 앙헬 에레라(25·베네수엘라)를 데려왔다. 디 애슬레틱은 "그동안 지로나 시민은 같은 지역 강팀인 바르셀로나의 팬이었다. 이젠 지로나를 응원한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미첼 감독은 "바르셀로나를 이겼으니 이젠 그 어떤 팀도 꺾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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