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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노시환은 '13세 위' 최정을 바라보고 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노시환(23)의 롤모델은 최정(36·SSG 랜더스)이다. 13세 차가 나는 둘은 팀에서 3루수로 뛰고 있고, 오른손 거포형 타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예 노시환과 베테랑 최정은 올 시즌 중반부터 홈런왕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결국 홈런 31개를 친 노시환이 29개의 최정을 제치고 생애 첫 홈런왕 트로피를 안았다. 수차례 "최정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고 말해온 노시환에게는 감격스러운 결과였다.

노시환이 11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노시환이 11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그랬다. 노시환은 3루수 부문에서 총 291표 중 245표(84.2%)를 휩쓸어 최정(16표)을 제치고 데뷔 후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올해 101타점으로 타점왕 타이틀까지 손에 넣은 결과다. 그는 단상에 올라 "올해 최정 선배님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고, 선배님을 넘기 위해 달려온 덕분에 골든글러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선배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최정을 향한 노시환의 여정은 올해가 그 출발점이다. 최정은 이미 홈런왕을 3회(2016·2017·2021년) 경험한 한국 대표 홈런 타자다. 통산 홈런 458개를 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보유한 역대 최다 기록(467개)에 9개 차로 접근했다. 골든글러브도 8번이나 수상했다. 한대화 전 한화 이글스 감독과 함께 역대 최다 수상 3위이자 3루수 부문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포스트 최정'으로 불리는 노시환의 성장은 기분 좋은 자극제다. 최정은 올해 KBO 시상식에서 장타율 상을 수상한 뒤 "내가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해서) 장타율을 안 떨어뜨리고 그대로 유지하는 바람에 이 상을 받게 됐다. 다치지만 않았어도 노시환이 홈런·타점에 장타율까지 3관왕에 올랐을 텐데, 그 점이 미안하다"고 농담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노시환 역시 그 장면을 유쾌하게 기억에 남겼다. "너무 긴장해서 미리 생각했던 수상 소감을 다 잊어버렸다"면서도 최정에 대한 언급은 빼먹지 않았다. 시상식 후 만난 노시환은 "최정 선배님이 종종 나를 언급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는 마음이었다. 롤모델이면서 또 내 경쟁상대가 되어주셨기 때문에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노시환이 11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노시환이 11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노시환은 올해 벅찬 시간을 보냈다. 2008년의 김태균 이후 15년 만에 한화 출신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 국가대표 4번 타자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연말엔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면서 꿈에 그리던 골든글러브까지 손에 넣었다.

그는 "어릴 때 여러 번 '저 글러브는 진짜 황금일까' '내가 프로 선수가 돼 저 골든글러브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게 현실이 되니 실감도 잘 안 나고 행복하기만 하다"며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더 자주 받고 싶다. 3루수 최다 기록을 넘어 역대 최다 수상(10회)까지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목표다. 최정은 프로 7년 차에 첫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노시환은 지금 프로 5년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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