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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품격 보여준 KIA 유격수 박찬호

중앙일보

입력

11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한 KIA 박찬호. 사진 KIA 타이거즈

11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한 KIA 박찬호. 사진 KIA 타이거즈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은 불발됐다. 하지만 시상식장을 찾아 오지환(33·LG 트윈스)를 축하한 박찬호(28·KIA 타이거즈)의 품격은 '1등'이었다.

골든글러브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상이다.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고의 기량을 인정받는다는 의미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들의 시상식 참석률은 높지 않다. 수상이 유력하지 않은 선수들은 대체로 불참한다.

박찬호는 11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사실 올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2위의 품격을 보여드리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정장을 깔끔하게 갖춰 입은 박찬호는 "오지환 선배와 함께 언급되는 것만으로 영광이고, 한 발 다가섰다는 느낌이라 이 자체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KIA 유격수 박찬호. 사진 KIA 타이거즈

KIA 유격수 박찬호. 사진 KIA 타이거즈

박찬호는 지난달 열린 KBO 시상식에선 오지환과 함께 수비상을 받았다. 수비지표에선 박찬호가 앞섰으나, 현장 투표에서 오지환이 앞서 공동수상했다. 타격 기록도 대등했다. 박찬호는 타율 0.301(452타수 136안타), 30도루를 기록했다. 오지환은 타율 0.268, 8홈런, OPS(장타율+출루율) 0.767 등으로 장타력과 생산력에서 우세했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는 거의 같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황금장갑은 결국 오지환에게 돌아갔다. 오지환은 유효표 291표 중 154표(52.9%)를 얻었고, 박찬호는 130표(41.2%)를 득표했다. 올해 골든글러브에서 1위와 2위의 표가 가장 적은 부문이 유격수였다. 하지만 29년 만에 팀을 우승으로 이끈 한국시리즈 MVP란 오지환의 상징성이 컸다.

11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딸 새얀과 함께 참석한 KIA 박찬호. 사진 KIA 타이거즈

11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딸 새얀과 함께 참석한 KIA 박찬호. 사진 KIA 타이거즈

박찬호로선 시즌 후반 입은 부상이 아쉬웠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 인대를 다쳐 한동안 대주자, 대수비로만 나섰다. 10월에는 투구에 왼쪽 팔뚝을 맞아 척골골절상을 입고 시즌을 일찍 마쳤다. KIA도 박찬호의 공백을 느끼는 가운데 6위로 시즌을 마치며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박찬호는 "한 경기라도 가을 야구를 해야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의연했다. 수상자 오지환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는 "지환이 형과 함께 시상식에 온 것을 기념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지환도 "너무 멋있는 친구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부터 (나보다)어리지만 내가 배워야겠다는 존경심이 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찬호는 "언젠가 한 번 꼭 골든글러브를 받아보고 싶다. 시상식장 풍경을 익혔으니 다음에는 수상자로 오고 싶다"고 했다. 누구보다 빛난 2등에서 1등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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