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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 빠졌나? '반도체 나라' 네덜란드 K푸드 수출 폭증 비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 신화=뉴시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 신화=뉴시스

과거 ‘풍차의 나라’로 불린 네덜란드는 최근 ‘반도체의 나라’로 유명하다. 여기 수식어를 하나 덧붙이자면 ‘K-푸드의 나라’다. 최근 김치·라면 등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관문으로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다. 반도체 공급망 확보뿐 아니라 K-푸드 수출 협력을 위해서도 네덜란드와 무역 관계를 긴밀히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는 반도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L을 방문하는 일정도 포함됐다. ASML은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회사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네덜란드가 주요 반도체 장비 생산국일 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물류 허브’란 점이 주목된다. 네덜란드는 유럽을 오가는 물류의 50%를 처리한다. 세계 4위, 유럽 2위 수출 강국이다. 한국의 대(對) 네덜란드 수출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은 2021년 58억1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8억6900만 달러로 35.4% 폭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특히 눈에 띄는 건 네덜란드가 미국·중국·일본 등 전통적인 K-푸드 수출국을 제외하면 최상위권에 올라있다는 점이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김치 수출국 1위는 일본(5284만 달러), 2위는 미국(3331만 달러)이다. 3위가 네덜란드(614만 달러)였다.

같은 기간 라면 수출국 순위도 중국(1억7445만 달러), 미국(1억700만 달러), 일본(4866만 달러)에 이어 네덜란드(4864만 달러)가 4위를 차지했다.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이 많이 진출한 데다 한국 제품에 친숙한 미·중·일과 네덜란드가 K-푸드 수출에선 어깨를 견준다는 얘기다.

네덜란드로 K-푸드를 직접 수출하는 수요가 많아서라기보다 ‘중계무역’ 강국인 네덜란드의 특성이 반영됐다. 중계무역은 물품을 수입하되 국내에 반입하지 않고, 가공하지 않은 원형 그대로 직접 제3국으로 수출하거나 가공 후 재수출하는 형태의 무역거래다.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액을 이익으로 가져가는데 단순히 중개수수료만 취하는 ‘중개무역’과 구분된다. 한국에서 수출한 제품이 유럽으로 나갈 땐 네덜란드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수출액이 네덜란드로 잡힌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전기차·바이오 등 핵심 산업군뿐 아니라 K-푸드도 시장 다변화가 중요해졌다”며“K-푸드의 유럽 수출을 확대하려면 네덜란드 중계 무역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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