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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뺨치는 탁구 열정…“작은 공 하나에 삶이 달라졌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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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탁구 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한 영등포구스포츠 클럽 여성 회원들. 중장년층인 이들은 “열정만큼은 신유빈 못지않다”고 말한다. 김성룡 기자

탁구 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한 영등포구스포츠 클럽 여성 회원들. 중장년층인 이들은 “열정만큼은 신유빈 못지않다”고 말한다. 김성룡 기자

지난 6일 서울 대림동 소재 탁구장. 널찍한 공간 이곳저곳에 자리 잡은 탁구대를 사이에 두고 중장년 여성들 사이에 뜨거운 승부가 한창이었다. 실력과는 별개로 진지한 표정과 집중력만큼은 국가대표가 부럽지 않았다. 흐뭇한 표정으로 현장을 둘러보던 김세윤 영등포구스포츠클럽 사무국장은 “여기서 운동하는 분들의 탁구 사랑과 열정은 신유빈·전지희와 견줘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이곳은 공공스포츠클럽인 영등포구스포츠클럽이 운영하는 탁구장이다. 축구·풋살·농구·인라인롤러·클라이밍 등 다양한 종목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영등포구스포츠클럽이 장년층의 참여율을 높일 방법을 찾다 지난해 7월 탁구를 추가했다.

선택은 적중했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140여 명에 이르는 지역 주민들이 등록하는 등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들 중 전문 강사로부터 정기적으로 레슨까지 받으며 운동하는 인원이 60여 명 정도인데, 대부분이 60대 이상 여성들이다. 나형철 영등포구스포츠클럽 회장은 “최고령 등록자는 82세 여성이다. 20~30대 청년 회원들도 열심히 운동하지만, 적극성과 꾸준함 모두 ‘핑퐁 여사님들(중장년 여성 회원의 별칭)’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스포츠클럽 여성 회원들이 6일 탁구 경기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서울 영등포스포츠클럽 여성 회원들이 6일 탁구 경기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공공스포츠클럽이 운영하는 탁구장은 저렴한 비용이 매력이다. 한 달 회비가 5만원인데, 60세 이상은 30% 할인 혜택을 받아 월 3만5000원에 즐길 수 있다. 레슨비(주 2회)도 최대 6만원 선이다. 월 10만원 이하로 전문가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탁구를 익힐 수 있다.

수강생 한은희(67) 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우울해 하던 중 10여 년 만에 라켓을 다시 잡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했다”면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운동과 취미 .생활을 병행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함께 운동하는 박애자(67) 씨는 “나이가 들수록 걷기 등등 쉽고 혼자서 할 수 있는 단순한 운동을 선호하는데, 직접 해보니 다른 이들과 함께 해야 능률도 오르고 참여 의지도 높아진다”면서 “반드시 파트너가 필요한 탁구야 말로 가장 효과적인 스포츠”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스포츠클럽 여성 회원들이 6일 탁구 경기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서울 영등포스포츠클럽 여성 회원들이 6일 탁구 경기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전문가들은 병원비, 요양비 등 사회적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년층의 규칙적인 운동을 적극 권장한다. 미국국립암연구소가 42~72세 영국인 8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20분 이상 꾸준히 운동을 한 사람은 건강이 나빠져 입원할 확률이 최소 4%에서 최대 23%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신체를 활동적으로 사용한 사람들은 담낭(쓸개) 질환, 요로 감염증, 혈전, 뇌졸중, 당뇨 합병증, 폐렴, 철분 결핍 빈혈, 결장 용종, 게실(장기 일부가 부풀어 올라 체내에 생긴 주머니) 질환 등 9개 질병 발병 위험도가 현저히 낮았다. 엘리너 와츠 미국국립암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운동은 입원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면역력, 폐와 심장의 기능, 인슐린 감수성 등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각종 염증을 비롯해 체지방과 고혈압, 콜레스테롤을 줄인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스포츠클럽 여성 회원들이 6일 탁구 연습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서울 영등포스포츠클럽 여성 회원들이 6일 탁구 연습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전정분(64) 씨는 “지난해 친구 손에 이끌려 스포츠클럽에서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얼굴빛이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작은 공 하나에 삶이 달라졌다. 매사 에너지로 가득하다”고 했다.

나 회장은 “탁구는 신체 접촉이 없어 부상 위험도가 낮은 종목에 속한다”면서 “다칠까봐 운동을 주저하는 중장년층 여성들에게 권할만한 스포츠다. 라켓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참여 가능해 진입 장벽이 낮은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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