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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없는 포항 ‘연구중심의대’ 신설로 돌파구 찾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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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동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앞에 설치된 서명부스에서 포항시민들이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에 찬성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포항시]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동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앞에 설치된 서명부스에서 포항시민들이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에 찬성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포항시]

10만3312명. 포스텍(포항공대)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원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한 경북 포항시민 숫자다. 포항시가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8일 기준 집계된 인원이다. 서명운동 목표 인원인 20만 명의 절반이 일찌감치 채워졌다.

포항시는 지난달 27일 시민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 촉구 범시민결의대회’를 열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 결의대회는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발표에 맞춰 의사과학자 양성, 바이오 보국(報國) 실현 의지를 모으기 위해 열렸다.

지역에 의대가 없는 포항시는 정부가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연구중심의대’ 신설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경북 지역 의대는 대구가톨릭대(경산), 영남대(경산), 동국대 경주캠퍼스(경주) 등이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1일 내년 입시부터 적게는 2100명, 많게는 2800명 넘게 증원해 달라는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늦어도 내년 1월 초에는 증원 규모를 확정한다는 로드맵도 내놨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기존 국립대 또는 지역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먼저 정원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의대 설립이 어렵다고 판단한 포항시와 포스텍은 ‘연구중심의대’ 신설로 의사과학자 양성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스텍이 설립하려고 하는 연구중심의대는 입학 정원 50명인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의사과학자(MD-PhD) 과정까지 개설해 8년 교육 과정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900병상 규모 부속병원 설립도 함께 추진한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지난 5월 ‘포스텍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 실행전략수립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포스텍 연구중심의대와 병원이 설립된다면 포스텍 특화 분야인 예측의학, 맞춤형 신약개발, 재생의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바이오 융합인재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의사과학자 양성을 포함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사과학자 양성은 지난해 5월 새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최근 윤 대통령이 수차례 공식적으로 의사과학자 양성과 이를 위한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서둘러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포항시는 국민 10명 중 8명이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최근 만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미래 의학 선도·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에 대해 1000명 중 86%가 ‘그렇다’고 답했고, 의사과학자 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84.8%로 나타났다. 특히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과대학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8.4%가 긍정적 응답을 보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대부분의 국민도 대한민국이 바이오산업 선진국으로 가는 데 있어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연구중심의대 신설로 바이오보국을 이끌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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