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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추락한 전투기 KF-16, 원인 뭐길래...軍 "이런 문제는 처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월 공군 주력 전투기 KF-16의 추락 사고는 엔진을 감싸는 부품이 떨어져나가면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엔진을 운용하는 국가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 군 당국은 엔진 제작사 등과 추가 원인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KF-16 전투기 편대가 비행하고 있다. 공군

KF-16 전투기 편대가 비행하고 있다. 공군

11일 공군의 사고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 21일 오전 8시 19분 공중요격 훈련을 위해 이륙한 KF-16은 이륙 36초 후 고도 314m 지점에서 엔진 추력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이상 현상을 겪었다. 이른바 ‘엔진 실속’으로, 추력 레버를 올려도 추력이 올라가지 않았다. 조종사는 이를 조류충돌(Bird Strike) 상황으로 인식하고 회항을 결정했다고 한다.

회항 과정에서도 네 차례 엔진 실속 현상이 반복된 끝에 기체는 이륙 후 1분 31초 지난 8시 21분 활주로 사이 풀밭에 추락했다. 그 사이 조종사는 마지막까지 비상착륙을 시도했지만, 불과 24m 고도에서 활주로에 무사히 닿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결국 비상탈출했다. 지상 충돌을 1초 남긴 시점이었다.

공군은 엔진 실속의 원인으로 엔진 팬 모듈의 에어실(Airseal) 안쪽 면에서 러버실(Rubber Seal)이 떨어져나간 점을 지목했다. 에어실은 엔진 팬 모듈을 둘러싼 링 형태의 금속체로, 엔진에 유입된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러버실은 에어실 안쪽 면에 부착하는 일종의 고무 패킹으로, 엔진의 진동을 줄여준다.

떨어져나간 두 개의 러버실이 엔진 내부로 유입돼 엔진 블레이드 등 구성품 일부를 손상시켰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공군 관계자는 “그 결과 연소실로 흡입되는 공기 흐름에 이상이 생겨 엔진 실속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새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는 조류충돌 상황에서도 엔진 실속 현상이 벌어지지만, 최종적으로 조류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러버실이 왜 떨어졌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다만 노후화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공군은 보고 있다. 1998년 생산된 해당 KF-16은 6000 TAC(Total Accumulated Cycle·엔진이 회전하는 단위)마다 구성품을 교체하는 등 엔진 창정비를 한다. 해당 러버실은 2019년 교체돼 1385 TAC밖에 되지 않았다.

정비 부실 가능성도 들여다봤지만, 별다른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규정된 매뉴얼대로 정비가 이뤄져 왔다는 것이다. 공군은 엔진 제작사인 PW(Pratt & Whitney)사는 물론 러버실 교체 작업을 실시한 국내 민간 정비창에 원인 규명을 요청한 상태다. 공군 관계자는 “해당 기체의 F100-PW-229 엔진에서 러버실이 떨어져 사고가 난 사례는 모든 운용 국가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KF-16 전투기 편대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공군

KF-16 전투기 편대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공군

이보다 앞서 KF-16의 마지막 추락 사고는 지난해 11월 20일 강원 원주시에서 발생했다. 초계 임무 중이던 KF-16에 엔진 이상이 발생했는데 사고 원인으로 정비 불량이 지목됐다. 2010년 정비 과정에서 연료펌프 구동축의 고정 너트가 제대로 체결되지 않았던 게 12년 후 사고로 이어졌다. 당시 군 당국이 해당 기종 엔진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을 때도 러버실 탈락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 후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KF-16과 F-15K 전투기 150여대의 운용이 제한됐다. 공군은 자체 정밀검사를 통해 러버실 부착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오는 18일부터 비행을 재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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