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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금융권 부동산PF...3개월 새 대출 잔액, 연체율 모두 상승

중앙일보

입력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고금리 시기를 버텨온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잔액과 연체율이 올해 3분기에도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PF가 당분간 금융 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2.42%로 6월 말(2.17%) 대비 0.2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19%) 1%대에 불과했던 연체율이 2%대 중반까지 빠르게 치솟은 것이다. 대출 잔액도 134조3000억원으로 3개월 새 1조2000억원 늘었다.

업권별로 보면 상호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이 가장 많이 불어났다. 9월 말 기준 4.18%로 전 분기 말(1.12%) 대비 3.05%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대출 잔액은 4조7000억원으로 다른 업권에 비해 작은 편이다. 금융위는 이번 상승 폭은 일부 대규모 사업장 연체가 반영된 결과라며, 상호금융권 자본과 충당금 적립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업권 전반의 건전성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증권사들의 PF 대출 연체율은 13.85%로 업권 중 가장 높았지만, 전분기 말(17.28%) 대비로는 3.43%포인트 하락했다. 증권사들이 단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사업 기간에 만기를 맞춘 대출로 전환하는 한편,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상각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연체율도 0.23%포인트 하락해 다시 0%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축은행권 연체율은 0.95%포인트 오른 5.56%, 여신전문기관 연체율은 0.55%포인트 올라 4.44%였다. 보험업권 연체율은 0.38%포인트 오른 1.11%로 파악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 현안 점검ㆍ소통 회의를 열어 금융시장 잠재 위험 요인들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위원장은  “높은 금리와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 부동산 PF 사업여건 개선이 더딘 것은 사실이나,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PF 대주단 협약 등 사업성 개선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며 “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ㆍ유관기관ㆍ민간사업자ㆍ대주단 등 PF 사업에 연관된 모든 주체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향후 부동산 경기 부진이 심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PF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식으로 이자 부담만 키우는 건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성이 낮은 부실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솎아내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지금과 같은 고금리가 계속 이어지면, 해당 사업장 브릿지론에 대출을 내어 준 금융회사의 손실이 불가피하며 전체 브릿지론의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개발 사업 과정에서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미 비수도권 지역이나 후순위 대출을 많이 보유한 중소형 증권사 등은 타격을 입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ㆍ한국기업평가ㆍ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곳이 지난 8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채권의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을 낮춘 기업 수는 총 12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건의 하향 조정 사유가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PF 리스크에 따른 추가 강등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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