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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참사 책임 묻겠다" 했지만…김영환 주민소환 불발될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10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의 국정감사에 2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10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의 국정감사에 2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소환본부 “12만5000명 서명”…주민투표 불투명 

김영환 충북지사 실정을 심판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도지사 주민소환 청구가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영환 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에 따르면 투표 청구 서명 마감 시한을 하루 남겨둔 11일 약 12만5000여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주민소환 투표 요건을 갖추려면 충북 유권자 10분의 1인 13만5438명 이상에게 서명을 받아야 한다. 배상철 주민소환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각 시·군에서 들어온 서명부를 취합해보니 12만5000여장이 됐다”며 “내일 자정까지 서명부를 받으면 유권자 10%에 해당하는 13만5000여 명은 맞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 투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한다. 주민소환법은 충북도지사 등 광역단체장을 주민소환하려면 관할 기초자치단체 3분의 1 이상에서 유권자 10%가 투표 청구를 하도록 했다. 배 국장은 “충북 11개 시·군 중 4곳에서 청구인 수 10%를 충족해야 하지만, 청주와 충주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에서 이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며 “청주에서는 10만장 이상 서명을 받았다”고 했다.

충북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이 지난 8월 충북도청 정문에서 김영환 지사 주민소환 추진을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충북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이 지난 8월 충북도청 정문에서 김영환 지사 주민소환 추진을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오송 참사 책임 묻겠다” 했지만, 높은 문턱 발목 

주민소환본부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발생 한 달 만인 지난 8월14일부터 주민 서명을 받았다. 오송 참사 부실 관리·대응, 제천 산불 때 술자리 참석, 친일파 발언 논란 등을 김 지사 주민소환 이유로 들었다. 충북 11개 시·군에서 서명을 받기 위해 800여 명이 활동했다. 이현웅 주민소환본부 대표는 “서명을 하신 분 상당수는 오송 참사 발생 이후 김 지사의 무책임한 자세를 비판했다”며 “지난 3월 김 지사 친일파 발언에도 분노했다”고 말했다.

주민소환본부가 받은 서명부는 오는 22일까지 주민소환 청구서와 함께 충북선거관리위원회로 보낸다. 선관위는 중복 기재 등을 뺀 유효 서명인 수를 산출해 최종 집계할 예정이다. 서명부에는 청구인 이름과 주민등록상 주소, 서명, 서명한 날짜를 적는다. 서명부 한장 당 기재할 수 있는 청구인은 모두 5명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우선 거주 요건을 따져 청구인 자격이 되는지 확인한 후 주소가 부합하는지, 이름이 정자로 쓰여 있는지, 중복 기재된 사람을 빼는 등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검수 작업이 얼마나 걸릴지는 서명부를 받아봐야 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충북 제천시 중앙동 시민회관에서 김영환 충북지사 주민소환 제천단양 시민모임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소환 거리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충북 제천시 중앙동 시민회관에서 김영환 충북지사 주민소환 제천단양 시민모임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소환 거리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이현웅 “청주만 10만명…재해재난 대처 불만 표출” 

이현웅 대표는 “주민소환투표 남발 우려 때문인지 주민소환법에 제약 요건이 너무 많다”며 “주민소환 서명을 위한 공표나 현수막 설치, 홍보 활동을 할 수 없고, 무조건 일대일로 만나 서명을 받아야 했다. 생계를 뒤로하고 소환운동에 전념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송 참사가 발생한 청주에서 서명인이 10만명 정도 나온 걸 보면 재해재난 대처에 대한 불만이 큰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소환제는 주민 요구로 위법·부당한 선출직 공직자를 해직하는 제도다. 한국은 2007년 5월 지방행정 민주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다. 지난해까지 청구된 주민소환 125건 중 투표가 진행된 건 11건에 그쳤다. 이중 기초의원 2명이 주민소환 투표로 해직됐지만, 직을 잃은 단체장은 아직 없다. 김영환 지사 주민소환 운동이 시작되자 충북도의회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보수성향 단체는 “무분별한 주민소환은 안 된다”며 중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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