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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 놀란 K드라마 변화…"예전엔 서른 되면 여주인공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다. 사진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다. 사진 JTBC

한국 드라마 속 여성 주인공이 사랑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바뀌는 신데렐라 캐릭터에서 벗어나 복수·성공·초능력 등의 강렬한 서사를 가진 독창적인 인물로 변모하고 있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10일(현지시간) 관련 보도에서 "현재 많은 K드라마에는 과거와 달리 사회와 미디어 관행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는 복잡하고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전했다.

BBC는 과거 K드라마에서 인기를 끈 대표적인 여성 캐릭터로 2009년 방영된 KBS 드라마 '꽃보다남자'의 금잔디를 거론했다. '꽃보다남자'는 버릇없는 재벌 상속자와 용감한 서민 소녀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내용을 담은 일본 만화 원작 드라마로 당시 34.8%(TNS미디어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BBC는 이어 K드라마 속 변화된 여성 캐릭터의 대표적인 예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들을 꼽았다. 매체는 "올해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인 '더 글로리'는 괴롭힘에 맞서 복수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고, 역시 큰 인기를 끌었던 '우영우'에는 자폐증이 있는 여성 변호사가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2021)을 언급하며 "요즘 K드라마에서는 폭력을 행사하는 여성도 나온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경찰에 잠입한 딸의 복수를 다룬 마이네임은 여주인공이 드라마 속에서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인다.

박은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 ENA

박은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 ENA

지난 6월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주인공을 맡아 열연한 가수 겸 배우 엄정화는 BBC 인터뷰에서 한국 드라마 속 여성의 역할이 크게 달라진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넘게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가정주부가 의사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엄정화는 "(내가 데뷔했을 당시에는) 30세가 되면 주연을 맡을 수 없었고 35세가 넘으면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내가 연기했던) 차정숙 역시 '엄마로서 몫을 다 했다'고 말하면서 꿈을 찾아가는데, 그의 여정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BBC는 "한국 드라마에 전례 없던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게 된 데에는 경제 발전에 따른 여성의 지위 변화, 향상된 교육 수준, 사회적 성공의 갈망, 자금력이 풍부한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의 투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여성 슈퍼 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한 JTBC 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2017)을 집필한 백미경 작가는 BBC 인터뷰에서 "그 이후에 두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품위 있는 그녀'(2017)를 집필하고 성공하기는 했으나 이 드라마도 처음엔 제작하려는 방송사를 찾기가 어려웠다"며 "'도봉순'의 성공 이후에야 제작이 결정됐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최근 한국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가 더 적극적이고 힘이 넘치며 멋지고 독립적으로 변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며 "판도를 더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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