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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환자 애태우는 당뇨성 신장 질환 신약, 보험급여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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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당뇨병 의사는 늘 진료실의 잔소리꾼이다. 환자에게 그동안 혈당·혈압 관리는 철저하게 했는지, 식단 관리와 운동도 꾸준히 했는지를 확인하라고 당부한다. 이렇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결국 각종 당뇨병 합병증 때문이다. 관리가 까다로운 신장 합병증 발생은 더 신경이 쓰인다.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신장의 여과 장치인 사구체가 손상된다. 당뇨병 발병 후 10~20년 정도가 되면 사구체 손상이 심해지면서 신장에서 노폐물이 배설되지 않아 말기 콩팥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 3명 중 1명은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콩팥병은 현재 혈당·혈압을 조절하는 치료제 중 신장 보호 효과를 인정받은 약제로 치료하고 있고, 최근 SGLT-2 억제제와 같이 당뇨병 치료제 중에서도 좋은 효과를 보이는 약들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가지 약물의 조합을 사용해도 만성 콩팥병증이 늦춰지지 않고 진행하는 안타까운 환자가 많아 좀 더 효과적인 약물 도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최근 단비 같은 소식이 하나 있었다. 혈압이나 혈당을 조절하는 간접적인 기전이 아닌 만성 콩팥병의 주요 기전인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당뇨병콩팥병 신약이 허가를 받고, 최근 보험급여가 적정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선택적 길항제인 이 신약은 임상 연구를 통해 말기 콩팥병으로의 진행, 추정 사구체 여과율의 40% 이상 지속적 감소, 신장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줄이는 좋은 결과를 보였다. 이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당뇨병학회도 2023 당뇨병 진료지침에 권고하며 당뇨병콩팥병 치료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도적 절차만 잘 마무리되면 곧 현장에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환자에게 뚜렷한 치료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 의사는 더욱 환자들에게 잔소리하게 된다. 그 이유는 최대한 질환의 악화를 막으며 기다려야 새로운 치료제가 나왔을 때 사용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콩팥병 치료에 20년 만에 큰 도움이 될 신약이 나왔고, 급여적정성도 인정됐다. 이러한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임상 진료에 투입돼 좋은 무기가 하나 더 생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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