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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때 나온 '1도 1국립대'…요즘 급물살 타는 두 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입학 시즌임에도 텅 비어있는 한 지방대 강의실 모습. 중앙포토

지난 3월 입학 시즌임에도 텅 비어있는 한 지방대 강의실 모습. 중앙포토

수년 간 이어진 학령인구 급감에도 지지부진하던 대학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올해 국립대 9곳이 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비수도권 대학 30곳에 3조원을 투입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이 통합을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각 권역마다 1개 국립대만 둬야 한다는 ‘1도 1국립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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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9곳이 통합 논의…인구 감소·글로컬 사업 영향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의 4년제 국립대·국립대법인은 38곳(한국방송통신대학 제외)이다.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마다 1~4개 국립대가 있다.

이 중 통합을 예고한 곳은 9곳(23.6%)이다.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된 부산대-부산교대, 강원대-강릉원주대, 충북대-한국교통대는 올해 통합 계획이 담긴 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안동대는 도내 공립 전문대학인 경북도립대와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부산의 4년제 국립대인 부경대와 한국해양대도 통합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통합이 진행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4년제 국립대 4곳이 줄어든다.

김우승 글로컬 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 글로컬 대학 본지정 선정'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승 글로컬 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 글로컬 대학 본지정 선정'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대학 관계자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들이 올해 입학정원 47만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40년 초에는 50% 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을 전망이다.

입학 자원 감소에 따른 타격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올해 수시모집 원서모집 결과 경쟁률이 6대1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 102곳 중 82곳(80.4%)이 비수도권 대학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험생마다 수시에서 6번까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6대 1을 밑도는 대학은 정원 확보가 쉽지 않다.

올해 유난히 통합을 논의하는 대학이 많은 이유는 글로컬대학 사업 때문이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비수도권 대학 30곳에 학교당 1000억원을 지원하는데, 학교별 지원 액수로는 교육부 역대 대학 지원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올해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10곳 중 4곳이 통합안을 제시한 곳이다. 대학가에서는 “통합이 글로컬대학 유치 열쇠”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통합을 시작한 곳도 있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두 대학 모두 내년 글로컬대학 사업 기획안에 통합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힘 받는 ‘1도 1국립대’ 모델…학내 구성원 설득은 선결 과제

8일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본관 앞에 금오공대와 통합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벗어둔 학과 점퍼(과잠)가 나흘째 계단 가득 놓여 있다. 뉴스1

8일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본관 앞에 금오공대와 통합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벗어둔 학과 점퍼(과잠)가 나흘째 계단 가득 놓여 있다. 뉴스1

학령인구 감소세를 감안하면 더 많은 대학이 통폐합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영남권 대학 총장은 “궁극적으로는 1도 1국립대 모델을 목표로 통합이 진행돼야 한다”며 “지역 교대는 사범대로, 규모가 작은 대학은 큰 종합대학으로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대학 업무를 총괄하는 한 관계자는 “한 시도에 국립대가 4개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비판은 계속 나왔다”며 “정부 역시 대학들에게 간접적으로 1도 1국립대 모델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부산, 충북 등이 4년제 국립대가 각각 4개 설치된 곳이다.

1도 1국립대 모델은 노무현 정부 때 2005년 교육부(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국립대 통폐합과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대학의 구조개혁 방안을 골자로 하는 ‘대학구조개혁 지원사업’을 추진하며 나왔다. 당시 교육부는 국립대 50곳 중 15곳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사업에 선정된 강원대와 삼척대 등이 1도 1국립대 실현을 목표로 통합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합에는 학내 반발이 관건이다. 최근 경북대와 금오공대는 학생 반대로 통합이 무산되기도 했다. 특히 경북대 학생들의 반발이 컸다. 지난 7일 경북대 학생들은 500여벌의 ‘과잠(학교·과 이름 등이 새겨진 점퍼)’을 학교 본관 앞에 벗어두는 퍼포먼스를 통해 통합에 항의했다.

학교 측은 결국 통합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애초에 양 대학 간 구체적 논의도 없었고, 통합할 여건도 안 된다”며 “글로컬대학 사업 계획안에 통합안을 포함시키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 출생 인구가 24만명인데 대입 정원은 47만명이다. 대학도 대비를 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보면 국립대가 하나로 모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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