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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당화 가속…“개딸로 부르지 말라” 청원도 등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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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개설자인 ‘명튜브’가 지난 9일 당 국민응답센터에 “‘개딸’ 명칭을 파기한다. ‘민주당원’으로 정정보도 해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민주당 홈페이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개설자인 ‘명튜브’가 지난 9일 당 국민응답센터에 “‘개딸’ 명칭을 파기한다. ‘민주당원’으로 정정보도 해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민주당 홈페이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지 두 달 만에 더불어민주당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중도층을 향한 확장 노력에 힘쓰는 대신 총선 200석 압승론과 거듭된 막말까지 이재명 대표 중심의 강성 지지층에 갇혀 악수만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벌써 내년 4·10 총선 승리에 취한 듯한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이 잇따른다. 당 상임고문인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6일 세종시당 행사에서 내년 총선 전망과 관련해 “민주당이 1당을 빼앗길 것 같지는 않다”며 “과반이냐 아니면 지난번 총선처럼 180석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번에 수도권에서 103개를 먹었는데 이 중 50~60개만 먹어도 (수도권 외에 84석을 합하면) 140석이 되고, 70개를 먹으면 154석이 되는 것”이라고 계산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서 70개만 먹어도 제가 보기에는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당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이 전 대표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떠올리며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무리 총선이 정권 심판론으로 치러진다고 하지만 현재 168석으로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으로선 ‘거야의 오만 프레임’ 역시 강하게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동영 상임고문도 지난달 1일 KBC 광주방송에 출연해 “수도권 120몇개 의석을 석권하면 200석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했고, 이탄희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MBC 라디오에서 “우리 당 최대 목표는 국민의힘을 100석 이하로 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막말 리스크’도 동시에 불거졌다.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것은 잘 없다”는 최강욱 전 의원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당 지도부는 ‘당원 자격 6개월 정지’란 비상징계를 내렸지만 지난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발급한 허위 인턴확인서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아 피선거권이 2년 제한된 그에겐 솜방망이 징계란 지적을 받았다.

전국 시·도당에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란 문구의 현수막 게시를 지시해 ‘청년 비하’ 논란을 벌인 것도 오만한 거야의 현주소였다. 민주당 일각에선 “말로는 민생을 외쳤지만, 남은 건 이 대표 독주 프레임과 설화뿐”이라고 자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노선을 수정하긴커녕 ‘이재명 사당화’의 가속 페달만 밟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중앙위원회에서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개딸’ 권리당원의 투표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켜 이 대표 체제를 총선 이후에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명계에선 “전당대회 룰은 총선 뒤에 해도 된다. 마음 급한 이 대표의 체제 굳히기 시도”라고 반발했다.

당내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욕설문자 폭탄, 막말 시위를 벌여 온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스스로 만든 ‘개딸’ 용어를 폐기하고 “앞으로 ‘개딸’ 명칭을 쓴 언론사에 정정보도 청구를 해 달라”고 당에 청원하기도 했다.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개설자 ‘명튜브’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자는 지난 9일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상대 진영의 프레임 선동을 참지 못해 ‘개딸’이란 명칭을 공식 파기한다”며 “앞으로 민주당원 또는 민주당 지지자로 명명해 주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의원들에게도 ‘개딸’ 명칭을 쓰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10일 오후까지 16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낙연 전 대표의 등판으로 ‘개딸’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자 서둘러 용어 폐기에 나선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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